글로벌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속에서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오가며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해답은 중국의 에너지확보 욕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조절력.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유 가격이 배럴 당 100달러 내외의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의 변함없는 수요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대변되는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조절 능력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에너지 기업 지분 인수에도 적극 나서며 이번 금융 대란과 더불어 상품 시장을 좌우하는 최강자 중 하나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WSJ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좀 더 가속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두 나라'로 인해 유가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WSJ은 미국 발 위기로 석유 가격이 요동쳤던 몇 개월 전과는 달리 앞으로 석유 가격의 향방은 베이징과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WSJ는 "선진국 경제가 중병을 앓지만 중국경제가 후퇴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며 "경제 둔화신호는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올해 10%, 내년 9% 가량의 성장세를 여전히 유지할 것"이라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도로ㆍ댐ㆍ주택ㆍ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금액을 올 상반기에 지난해보다 19% 가량 늘렸다. 8월 중국의 석유수입도 지난해보다 11% 늘었다.
WSJ은 "수출이 둔화돼도 가용 외환보유고와 실시 가능한 공공사업이 풍부하고 이자율 완화, 수수료 감면, 세제 혜택 증가 등 부양 수단도 다양하다"고 평했다.
이밖에 걸프만 원유 생산국의 석유 소비량은 올들어 7% 늘어나며 중국 시장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감산에 나서면 하루 최대 100만 배럴까지 원유 생산을 줄일 수 있다"며 "수요는 동아시아와 중동이, 공급은 OPEC이 좌우하며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미 금융권 매물 사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기업 사들이기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중국이 에너지 기업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금액은 총 263억 달러에 이른다.
WSJ에 따르면 중국 2~3위 석유 업체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중국석유화공집단(시노펙)은 미국 마라톤 오일의 앙골라 유전 지분을 18억 달러에 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