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채권안정기금 '제2증안화' 우려

대우사태와 투신 수익증권 환매에 따른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긴급처방」으로 내놓았던 채안기금이 정부의 인위적인 금리조절 수단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실제로 채안기금은 11월 대란설이 설로 끝나면서 전격적으로 해체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24일 정부의 압력으로 오히려 기금규모를 10조원 늘렸다. 29일 채안기금 관계자는 『채안기금은 대우사태로 인한 투신사의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11월 대란설」이 진화된 후 전격적으로 해체할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안기금의 역할은 시장에 역행, 금리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 의한 불필요한 금리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대란설 이후 사실상 기금의 역할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채안기금은 지난 10일 이후 수익증권 80% 환매 여파가 가라앉자 시장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기금이 활동을 시작한 9월21일 10.82%였던 회사채 금리가 11월 중순까지 9% 중반에서 안정되고 국고채 금리도 8% 초반에서 안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상승과 인플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23일 금리가 다시 9.93%까지 치솟자 정부는 채안기금을 30조원까지 늘리도록 했다. 심리적 요인이 아닌 경제적 요인에 의한 금리상승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채안기금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채안기금이 활동할 때부터 1년 정도 기금을 유지할 계획이었다』며 『채안기금이 긴급처방이므로 가능한 한 조기에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시장안정을 위해 당분간 존속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헌재 채안기금은 7조2,0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5조원을 이번주 중 출자은행에 넘겨 보유현금 2조7,000억원과 합쳐 총 7조7,000억원의 재원으로 채권시장에 개입할 예정이다. 10월21일 출자은행에 넘긴 8조5,000억원의 채권을 합하면 채안기금은 지금까지 15조7,000억원의 채권을 사들였고 앞으로 최대 30조원까지 매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거대한 기금이 장기간 존속될 경우 금리상승으로 인한 출자은행의 대규모 손실, 시장금리 왜곡에 의한 혼란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증권연구원의 고광수(高光秀) 박사는 『채안기금이 증안기금처럼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들이 기금에 출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어느 순간 기금이 금리상승을 막아내지 못하면 금리가 폭등하고 결국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기보다는 시장참가자들이 적정금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기금을 점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명수기자ILIGHT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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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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