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28개 중·대형 대부업체를 회원사로 가진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주최 송년회에서 참석자들은 '건배'라는 구호 대신 '간파이'를 외치며 술잔을 부딪쳤다.
송년회에 참석한 25개 업체 중 18개 업체 대표 및 임원들이 일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국내 대부업체의 한 대표는 "송년회 자리에서 일본어가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일본인이 많았다. 사무라이 자금이 대부업계에 많이 들어왔다고 느꼈다"면서 "반면 한국의 중·소형 업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부협회를 자주 찾았는데 최근 들어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대부업체의 최고금리가 연 34.9%로 낮아지면서 일본계 중심으로 대부업체 시장이 재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중·소형 대부업체들의 추가 폐업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달금리에 강점이 있는 일부 일본계 대부업체가 추가 인수를 고민하는 등 빠르게 사무라이 자금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금융위원회는 대부업의 최고금리를 연 39%에서 34.9%로 인하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부업자 및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오는 4월부터 39%에서 4.1%포인트 떨어진 34.9%가 적용된다. 대부업법을 위반해 영업정지·시정명령 등을 받은 대부업자의 위반 사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나 금융위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은 서민들의 대출금리에 따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대부업계는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국내 중·소형 대부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지난해 12월 말 기준 등록 대부업체는 9,000여개로 2012년 말(1만895개)보다 1,800여개 줄어들었다. 이는 2011년 6월 최고금리가 연 44%에서 39%로 낮아진 데 따른 여파 때문이다. 금리 인하가 예고돼 있는 만큼 추가 폐업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대부업체 매물이 시장에 더 많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계 대부업체는 금리 추가인하 여파를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달금리가 여전히 1%대로 낮은데다 일본의 대부업 상한금리(20%)가 한국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 남아있을 유인이 크다.
실제 일본계 대부업체의 추가 인수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일본계 네오라인크레디트대부는 자회사로 베르네크레디트대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대부업체들이 폐업할수록 오히려 자신들의 시장 파이를 늘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심산이다. 이 가운데 일부 대부업체들은 대부자산을 줄여서라도 저축은행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토종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의 경우 해솔저축은행의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예정이며 가교저축은행의 추가 인수를 검토 중이다. 러시앤캐시도 수도권역 저축은행 인수 의지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