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8월 6일] 의료복지 후진국 'USA'

미국의 의료복지 수준이 열악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해마다 여름방학이나 휴가철이 되면 교포들이 대거 한국으로 밀려 오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의료비용이 싼 한국에서 이 기간 동안 이도 해넣고 건강진단도 받아보겠다는 생각이 많다. 물론 한국을 떠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도 국내에서 의료검진을 받고 가는 게 필수다. 우리 국민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전국민 의료보장체제’가 미국에는 없다. 65세 이상 노인들과 장애인(메디케어)이나 극빈층(메디케이드)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의료제도만 있다. 일반인들은 직장 의료보험에 가입하거나 개인적으로 민간 보험회사들이 운용하는 사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 보니 무보험자가 5,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4인 가족이 민간 의료보험에 들면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은 내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현지 주재원이나 유학생들은 미국 체류기간 중 ‘제발 아프지 말았으면…’ 하고 빌 뿐이다. 지난해 미국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3사가 파산 직전까지 내몰리면서도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쉽사리 타협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의료보험 때문이었다. 엄청난 보험료와 의료비 때문에 노동자들은 물러날 수 없었고 기업들도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구조조정도 의미가 없었다. 미국 기업들은 현직 근로자들뿐 아니라 퇴직 근로자들까지 일정기간 의료보험료를 내줘야 하는 법적 부담을 안고 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한국의료 미주홍보 로드쇼(Korea Global Healthcare Conference)’를 열었다고 한다. 한국의 의료비가 싸고 의료 서비스가 좋으니 의료관광을 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의 의료산업이 ‘저비용ㆍ고효율’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은 이제 태국ㆍ싱가포르 등과 함께 미국이나 유럽인들의 ‘의료관광 1번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의료분야를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말께 기업형 영리의료법인 도입여부를 최종 확정지을 방침이라 한다. 세계적인 추세나 주변여건으로 볼 때 영리법인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의료보장체계가 흔들리거나 영향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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