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일본 금융위기감 갈수록 고조

일본 대형 시중은행의 도산에 따른 국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깊어지고 있다.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피치 IBCA가 14일 19개 일본 시중은행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데 이어 무디스는 15일 1~2개 은행의 파산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 여파로 15일 도쿄(東京)증시에서 은행주들은 한때 10% 이상 폭락, 수개월전부터 소문으로만 떠돌던 '3월 금융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본 금융기관들은 해외자산 매각을 적극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부실채권에 증시 폭락, 경기침체 불안감까지 겹쳐 이달말 결산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이 서둘러 해외투자자본을 회수할 경우 자금 유동성불안으로 인한 국제적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피치는 대형 시중은행들을 일거에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하면서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증시침체, 부실채권처리의 지연 등으로 일본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경기침체 조짐이 날로 뚜렷해지고 있지만 금융구조 개혁은 제자리 걸음을 맴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과감한 조치나 은행 경영환경의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금융부실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도 빠지지 않았다. 피치는 지난 2일에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 수준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조정했다. 무디스의 리코 매카시 연구원은 한술 더 떠 다이와은행과 추오 미쓰이은행이 파산직전이라고 경고했다. 다이와은행과 일본은행 관계자가 만나 부도 이후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겹쳐 매카시 발언의 파장은 일본은 물론 세계의 금융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정부가 비록 75조엔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조성해놓고 있지만 과감한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도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만들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퇴진을 둘러싸고 집권 자민당이 내분에 빠져 정치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불안을 정면으로 헤쳐나갈 결단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일본당국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처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일본이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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