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회생의 관건인 기업 금융 노동 공공등 4대개혁중에서 우리는 금융구조조정만큼은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상당수 부실기관을 털어내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금융기관들의 소프트웨어는 구태를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사실상의 핵심인 제일·서울은행 해외매각도 무산될 위기를 맞고있다.기업구조조정도 중대한 국면을 맞고있다. 8개업종중 우여곡절끝에 반도체 빅딜과 철도차량 빅딜은 결론이 났지만 나머지 업종은 논의만 무성하다. 가장 이해관계가 복잡한 삼성자동차처리는 부채처리문제로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결단인데 해당 그룹이나 당국이 모두 뒷짐만 지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은 꾸물거리기는 하나 방향은 제대로 잡혀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있고 해서 답답하더라도 지켜볼 여지는 있다.
반면 노동 및 공공 개혁은 아예 뒷걸음치고 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개선키 위해 도입된 예산편성지침은 노·정 합의로 사실상 효력을 잃고 사업장별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되도록 한 것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물건너간 셈이다.
원칙을 정부 스스로 포기했는데 구조조정이 제대로 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처벌조항을 철폐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연말까지 법제화, 내년부터 시행하려는 움직임도 노동부문 개혁의 원칙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기능이 마비된 노사정위원회를 살려 산업평화를 이룩하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재계가 강력 반발하는데 노사화합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까지 의식해서 원칙마저 오락가락한다면 4대개혁의 앞날은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개혁주체의 주도권이 이익집단의 반발에 밀리면 개혁은 표류하게 된다. 경제가 조금 살아난다고 정부부터 먼저 허리띠를 푸는 것인가.
지속적인 개혁없이는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살아날 수 없다.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휴버트 나이스 IMF아태담당국장의 지적앞에 정부부터 먼저 반성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