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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이 다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내몰린 것은 총체적인 경영 악화로 더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꾸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력인 국내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공세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한때 야심차게 진출했던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글로벌기업들의 공세에 막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팬택의 스마트폰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이번 2차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 이미 한 차례 워크아웃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SK텔레텍 인수에 따른 무리한 투자와 글로벌 휴대폰시장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팬택은 이후 강도높은 조직 개편과 대대적인 전략 수정을 통해 같은 해 3·4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어 4년8개월 뒤인 2011년 12월에는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벗어났고 2012년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내 스마트폰시장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의 '3강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팬택은 위기에 내몰렸다. 마케팅과 브랜드 경쟁력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부상한 지난해에는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투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그 결과 지분 매각을 통해 퀄?과 삼성전자로부터 각각 245억원과 530억원을 유치하고 채권단으로부터도 1,565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같은 해 9월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 회생을 이루지 못해 깊은 자괴와 책임감을 느낀다"며 팬택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탄탄한 기술력과 우수한 연구인력을 갖췄음에도 팬택이 실적 악화에 시달린 것은 브랜드와 마케팅에서 절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특성상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동통신사와의 전폭적인 협력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지만 현재의 자금 상황에서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시장점유율도 추락하고 있다. 1차 워크아웃이 끝난 2012년만 해도 팬택은 국내시장에서 20%가 넘는 비중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10% 초반으로 점유율이 반토막났다. 점유율 하락은 애프터서비스를 비롯한 고객지원업무 차질 및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지연을 낳고 이는 다시 판매율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워크아웃을 통한 외부자금 유치와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이번 워크아웃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준우 대표 체제 이후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최근 15만대 이하로 떨어졌던 판매량이 20만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도 청신호다. 여기에다 올 1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올 1·4분기 흑자 전환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선택했다는 점도 팬택의 재기 가능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채권단이 팬택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봤다면 워크아웃보다는 회사를 처분하는 쪽으로 선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을 통해 추가 자금지원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팬택 관계자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차세대 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