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물자 유통경로 따라 '富의 중심' 달라졌다

동양에서 서양으로…다시 동양으로…<br>'부의 이동' 그렉 클라이즈데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3세기 유럽에서 중국산 도자기는 부의 상징이었다. 하이테크 기술의 결집인 중국 도자기를 구하기 위해 유럽인들은 먼 길마다 않고 바다를 건널 만큼 당시 중국 상품은 세계 최고 명품이었다. 중국 도자기와 아울러 유럽에서 최고 상품으로 꼽히던 것은 계피ㆍ후추 등 인도의 향신료였다. 중세시대에는 동양에서 서양으로 물자가 이동했다. 돈의 흐름이 화물의 유통경로에 따라 움직인 것이다. 20세기까지 600여년이 지나는 동안 서서히 동양의 부는 서양으로 옮겨갔다. 16세기 이후 네델란드ㆍ영국 등 해상 강국이 등장하면서 강력한 조선술로 튼튼한 배를 만들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경제를 튼튼하게 다졌다. 오늘날 동양이 미국과 유럽을 ‘따라하기’ 바쁜 것처럼 700년 전 유럽은 ‘동방의 부’를 부러워하는 후발주자로 중국과 인도를 부러워하며 모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모방을 바탕으로 혁신을 거듭했다. 뉴질랜드 매시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화물의 흐름을 통해 세계 경제사의 흥망사를 추적했다. 저자가 화물에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고대부터 화물은 한 나라의 경제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시적인 지표였으며, 해운업은 인류의 역사 중 일찌감치 발달된 기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해운업을 통한 국가간 통상 주도권을 비교할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풍부하다는 것도 저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클라이즈데일 교수는 13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세계 부의 중심에 있었던 대국들의 경제 흥망을 파고들었다. 화물이라는 가시적 지표가 어떻게 이동했으며, 이로 인해 각국의 경제는 어떻게 변화했고,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방대한 자료로 설명한다. 저자는 대량 생산체제로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세계 최고의 부국이었던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양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상들의 최대 물류권 그리고 자원의 부족을 딛고 바다에서 이름을 떨친 북유럽의 16세기 경제 발전, 독립을 넘어 서양의 판도를 뒤집은 미국, 18세기 중화사상에 스스로를 가둬 변화에 뒤지게 된 중국의 쇄락, 서양문물을 먼저 받아들여 선진국 대열에 먼저 들어간 일본 등 동양에서 서양으로, 다시 동양으로 움직이는 가치 창조와 교환의 역사에 포커스를 맞췄다. 책은 역사적 추적을 통해 산업경쟁의 역학관계와 세계 통상의 변화를 알려준다. 저자는 각 나라의 흥망을 통해 ‘모방, 혁신, 우위, 쇠퇴’의 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어떤 자세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지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세계 경제 흥망의 열쇠는 가치 창출과 혁신에 있다는 것. 동양이 서양을 부러워하거나, 서양이 다시 떠오르는 동양을 두려워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혁신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국가가 미래의 부를 거머쥘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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