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선 우리 몸에 피가 흐르듯 눈에 보이지 않는 기(氣)가 흐른다고 본다. 도로의 한 곳이 어떤 이유로 막히면 정체가 시작되듯 기의 흐름도 어느 한 곳에서 막히면 통증이나 질환이 발생한다.
또 기에는 허와 실의 개념이 있는데 기운이 부족한 허증과 기운이 너무 넘치는 실증 모두 우리 몸에서 병을 일으킨다고 본다. 막힌 기혈은 침으로 흐름을 열어주거나 한약으로 막힌 원인을 제거하고 기운의 허증과 실증을 다스리는 것이 한방치료의 기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기혈이 막히는 원인, 기의 허증과 실증에 따라 요통을 10가지로 분류한다. 나쁜 피가 뭉쳐 생기는 어혈요통(瘀血腰痛), 찬바람이나 추위에 노출돼 발생하는 한요통(寒腰痛), 습기와 더운 열기 때문에 발생하는 습요통(濕腰痛), 신경성 요통인 기요통(氣腰痛) 등이 있다. 따라서 겉으로 볼 때 같은 증상이라도 각각의 원인ㆍ체질 등에 따라 약재를 더하거나 빼 다양한 처방을 한다.
예를 들어 신허요통은 신장의 기운이 약해져 생긴다. 오행 중 수(水)의 기운에 해당하는 신장은 방광과 관련이 깊다. 방광의 기운은 척추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결국 신장이 좋지 않으면 만성요통이 생긴다. 이 경우 육미지황원(六味地黃元)이라 하여 원활한 수분 공급으로 신장(水의 기운)을 보강하는 처방을 해 척추를 강화한다.
그러나 습요통이나 담음요통은 신허요통처럼 만성 요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정반대의 원인을 가진다. 수(水)의 기운이 너무 넘치는 것이 근본원인으로 신허요통과 같은 처방을 쓰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이 때는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해 혈액순환을 돕는 오적산(五積散)이라는 처방으로 요통을 없앤다.
이처럼 한방은 원인 제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동일 증상의 질환도 원인에 따라 전혀 다른 처방을 내린다. 허리가 아프다고 한 가지 약재만 쓰는 경우는 없다. 각기 다른 환자의 병증ㆍ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약을 써 치우침없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