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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골프장 500개 시대 '고객이 갑(甲)'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자신이 회원으로 있는 골프장의 입회기간 5년이 지나 입회금(예탁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골프장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 등에 따라 골프장과 회원 간의 입회금 반환 분쟁이 늘고 있다.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 아래로 떨어진 곳들이 생기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437곳에 달한다. 올해 개장할 곳까지 합치면 골프장 500개 시대를 눈앞에 뒀다.


이렇게 골프장업계의 몸집은 커졌지만 체력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 최근 한 골프장 컨설팅 전문업체는 2011년 결산자료를 근거로 골프장의 입회금 반환 준비율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회원제 골프장 109곳 중 22곳은 당장 입회금을 100% 돌려줄 여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입회금의 10~50%를 잠식한 골프장은 45곳, 50% 이상을 잠식한 곳도 12군데나 됐다. 건설 때 자기자본에 비해 회원권 분양 의존이 컸던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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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재무 건전성이 우수한 골프장이 훨씬 많아 일본이 겪은 '줄도산'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골프장 공급 과잉으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회원제 골프장의 18홀 환산 평균 이용객은 6만138명으로 3년 전인 2009년에 비해 9,718명이 줄었다.

회원권 반환 대란과 이용객 감소를 막을 묘안은 없을까. 골퍼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는 고객 우선 주의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입회금 반환 준비율 제도가 눈길을 끈다.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반환 준비금으로 비축하도록 의무화해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두는 것이다. 아울러 회원권 없는 골퍼도 배려해야 한다. 골프장 이용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여전히 비싼 이용료가 문제다. 골프장에 부과되는 높은 세율이 걸림돌이지만 '노 캐디' 라운드 허용이나 원가 절감 등 골프장의 자체적인 인하 노력도 필요하다.

골프장을 만들기만 하면 회원과 이용객이 줄을 서던 시절은 지나갔다. 골프장 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이달 20일 총회를 열고 새 회장도 뽑는다. 골프장 500개 경쟁 시대를 맞아 '고객이 갑(甲)'이라는 인식을 더욱 다지는 출발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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