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현대그룹:8/대련 희망 빌딩공사(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59)

◎38층 인텔리전트 오피스텔 서서히 “골격”/중에 「제2홍콩 건설」 꿈 영근다/미­설계 한­시공 중­감리 3각공조로 내년말 완공/시 “발전 기폭제” 적극지원… 외국사 임대문의 봇물중국 길림성 대련시는 광범위한 공업지대인 동북 3성의 관문이다. 개방정책이 이제는 거의 완성된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태생적으로 개혁·개방의 선발주자로 나설수 밖에 없다. 94년말 현재 총투자 규모가 42억 달러에 달한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관계자들만 해도 2천여명에 달할 정도이다. 그만큼 대련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각이 낙관적임을 알 수 있고 시당국의 개발의욕도 남다를 수 밖에 없다. 현대그룹의 건설, 전자, 상선, 상사가 각 25%씩 부담하여 총 4천만달러의 자본금을 투자하여 현지에 세운 「대련 희망대하 유한공사」는 지상 38층, 지하 3층의 대형 오피스 건물을 건설·운영하기 위한 회사이다. 2천여 외국계 회사의 사무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기회로 삼자는 뜻이다. 『대련에서 기회를 포착하고자 몰려온 외국인 회사들이 사무공간 확보에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회사도 호텔 방을 빌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지요. 그만큼 오피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입니다』 신용태 총경리의 비전이다. 대련시의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중국은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 때문에 현지에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현대측은 현장부지를 40년간 장기임대했다. 7천1백28평방미터의 대지면적에 건축 연면적은 8만9천8백40 평방미터. 총 예상투자 규모가 1억2천3백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지난해 6월 17일에 착공했는데, 완공은 98년 12월로 예정돼 있고 현재 기초 콘크리트 타설을 마치고 골조를 올리고 있는 중이다. 현지 건설작업은 다국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설계는 미국의 미노루 야마사키사이며 시공회사는 현대건설인데, 중국측도 조경설계와 시공설계, 감리에서 참여하고 있다. 현대가 중국에서 이처럼 대형 건설작업을 하게된데는 대련시와 현대측의 각별한 인연 탓도 있다. 부희래 대련시장은 중국 공산당 원로인 부일파의 3남으로 2000년대에 대련을 북방의 홍콩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하게 선포하고 있다. 발전모델을 한국에서 찾는 부시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을 개인적으로도 존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명예회장의 생일잔치를 대련에서 만들어주고 싶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할 정도이다. 현대도 이에 부응해 대련을 전략적인 해외투자 지구로 설정, 관계회사들이 몰려들어 「현대타운」이 들어설 전망이기도 하다. 현대와 시 당국이 아무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막상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많은게 현실이다. 박주관 관리소장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및 과다한 수수료· 보증금제도가 상당한 애로점으로 등장하고 잇다』면서 『관리들을 접하는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중국풍토에 어울리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의 건설설비가 노후화되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하청업체들이 대부분 국영기업이라 업자선정의 폭이 좁다는 것도 문제이다. 아무래도 노무자들은 현지사람을 쓸수 밖에 없는데, 안전의식이 부족하고 모든 것을 인해전술로 해결하려고 해 현장관리에도 많은 난점이 따르기 마련이다. 때문에 현대 특유의 저돌성을 맘껏 발휘하기는 암초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골조자재와 내장재 및 마감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관세 및 부가세가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같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모든 공정이 순조로운 편이며 외국회사들의 입주문의가 벌써부터 밀려들고 있어 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대련희망 건물이 들어서면 대련에서는 가장 첨단의 기능을 갖춘 빌딩이 될 것입니다. 건물 전체가 정보화의 완벽한 기능을 갖춘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 되기 때문이지요』 신 총경리는 이렇게 강조하면서 『대련 희망빌딩은 대련시의 발전에도 기폭제 역할을 해낼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당국에서 선뜻 도심의 최고 요지를 임대해준 것도 그같은 기대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시간 반 정도이면 도달할 수 있는 대련은 이래저래 우리나라와의 밀접한 동반자 관계를 설정할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진출전망도 상당히 밝은 편이다.<대련(중국)=이용웅> ◎중 진출땐 「관료문화 남북차」 유의를/남­실리 북­술·의리 중시… 관계따라 업무 큰 영향 중국의 관료문화를 보면 북쪽 지방과 남쪽 지방이 크게 다르다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관리들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그래서 관료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북쪽 지방 사람들은 의미를 중시하고 「콴시」(관계)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면에 남쪽 광동성의 관리들은 일찌감치 자본주의의 맛을 보았는지 아주 실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한다. 바꿔 말하자면 남쪽 지방 관리들은 아주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는데, 북쪽에서는 술로 맺어진 의리, 즉 「콴시」를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북부지역에 진츨한 한국 기업인들은 건강이 초미의 관심이 될 수 밖에 없다. 매사 정리가 우선시되다 보니 경제외적인 비용과 시간소비도 만만치는 않다. 또 중국에서는 장부상으로만 결제가 이뤄지고 실제로는 돈이 이동을 안하는 경우도 많다. 곳곳에서 루수현상이 일어난다. 때문에 언제나 현금결제에만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그래서 한국기업들은 「콴시」의 형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관계가 없으면 비즈니스도 없기 때문이다. ◎인터뷰­신용태 대련 대하유한공사 총경리/“현지근로자 일솜씨 좋아 관리 수월… 사무실 부족에 분양도 순조로울 것” 『부희래 대련시장이 아주 독특한 사람입니다. 파워도 막강해 시 당총서기를 누를 정도이지요. 원래 중국에서는 행정관료보다 당관료의 힘이 센데, 대련에서는 부시장이 시발전계획을 거의 주도하고 있지요. 그런 부시장이 현대에 아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93년에는 현지를 방문한 그룹 고위인사와 자동차 합작과 관련해서 의향서까지 교환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탐색 단계이기는 하지만 중국은 정책적으로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진출을 규제하고 있는 형편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기업 특히 현대에 대한 부시장이 신뢰가 남다름을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신용태 총경리는 대련대하유한공사의 현황을 말하기에 앞서 현지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해외진출에는 뭐든 이유가 있는 법이지만, 대련에 오피스 빌딩을 짓는데는 이처럼 경제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현지 당국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원이 튼튼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매사가 순조롭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이야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그러지만 현장에서 부딪치는 실무 관료들에게 우리가 위세를 부릴수는 없는 일이지요』 신총경리의 말처럼 특히 건설업과 같은 사업에서는 현장에서 땀을 흘리면서 현지화하는 길을 돌아갈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중국인 노무자들의 일솜씨나 노동문화가 우리와 같지는 않지만, 다양한 해외건설경험이 축적되어 있어 현장관리상 치명적인 문제점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원만하게 현지문화에 적응해가고 있는 셈이지요』 문제가 전혀 없지는 않은데, 중국사람들은 한 명을 고용하면 연이어 그들의 친인척들까지 취직민원을 해오기 때문에 난처한 경우가 있고, 첨단공법 보다는 인력의 소화를 우선시하는 중국 당국의 입장때문에 효율성만을 따질수 없는게 불편하다고 한다. 분양은 전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신 총경리는 『분양은 순조로울 것』이라면서 『대련의 발전 속도에 비해 사무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는 설명을 덧붙혔다. 『중국의 대표적인 성장도시 대련의 명물이 곧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질 판인데, 뭐 어려울게 있습니까』 외국근무는 처음이라는 신총경리는 중국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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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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