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또다시 인상되면서 한국의 콜금리 수준인 연 3.25%와 같게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앞으로도 금리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밝혀 8월엔한미간 금리역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분간 시장 금리차가 유지되기 때문에 급격한 자금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연말에는 시장금리 역전도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정부 "채권시장 자금이탈 없다"
미국 FRB가 작년 6월이후 9번째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경기과열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미 금리는 작년 11월이후 7개월째 동결돼온 한국의 콜금리와 같은 수준인 연 3.25%에 이르렀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자본과 국내 투자자금이 미국의 높은시중금리를 찾아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급격한 자본유출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단기 정책금리가 역전되더라도 당장 시장금리가 역전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미국 연방기금의 지속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장기금리(10년물국채수익률)는 오히려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안정돼 있는데다 유로화 약세로아시아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달러화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재경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미 국고채 5년물의 금리는 지난 3월 28일 연 4.33%로 오른 뒤 줄곧 하락해 지난달 29일 3.77%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국고채 5년물 금리인 4.04%보다 0.27%포인트 낮은 것이다.
양국 시장금리는 지난 3월말 일시적으로 역전됐지만 올들어 0.1~0.6%포인트 차이를 유지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 FRB가 하반기에도 금리인상을 지속할 경우 한미간 시장금리 역전현상이 본격화돼 자금유출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정책금리가 하반기에도 계속 올라연말에 4%대에 이르면 한국과의 시중금리 역전도 본격화돼 자금유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주식시장서 자금이탈 가능성 없나
외국인 투자는 채권시장보다는 주식시장에 집중돼 있다.
한국에 투자된 외국인자금 가운데 비교적 금리에 민감한 국내 채권시장 투자자금은 작년에 18억7천만달러로 전체의 11.1%에 그쳤다.
또 지난 5월말 현재 국내 채권시장 잔액 가운데 외국인 자금은 불과 0.6%수준에머물렀다.
따라서 당국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에대해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증시가 하락하면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어 경제전반에 큰 타격을 준다는점에서 경제주체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경부는 이와관련, 국내주식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국내기업들의 실적개선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급격히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도 한국증시에서의 자금이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조사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 자금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 FRB의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확장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자신감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투자자들에게도 세계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고 덧붙였다.
◆ 환율에는 영향 없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초래한다.
이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만 고유가가 한국 물가에 그대로 반영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외국인들은 주가상승 뿐아니라 환율하락(원화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노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환율의 상승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제대로 억제되고 있는데다 미국의 금리가급격하게 올라갈 가능성이 크지 않고 미국의 쌍둥이적자가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외투자 자유화'기조가 발표된 상황에서 미국금리가 인상돼 국내 부동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재졍부 관계자는 "환위험 회피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해외투자 수익률이높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러나 불법.변칙 유출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