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태릉선수촌. 곱상한 얼굴의 비쩍 마른 사내들이 구호를 외치며 운동장을 뛰었다. 국가대표 운동선수로는 보이지 않는 백면서생들의 정체는 프로바둑기사. 이창호, 이세돌 9단은 레슬링, 유도 선수들처럼 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이들은 올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둑에 걸린 금메달 3개 가운데 2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이창호와 이세돌 ‘투톱’이 이끄는 남자단체는 금메달이 유력하고 여자단체와 혼성페어에서 최소 금과 은 1개씩을 수확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처음 아시안게임에 채택된 바둑은 개인전이 없는 대신 한 대국에서 2명의 선수가 편을 이뤄 한 번씩 두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2일 개막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이처럼 올림픽에서 볼 수 없는 이색 종목의 메달 전망이 밝다. 한국 선수단은 댄스스포츠, 인라인 롤러 등 이색 종목에서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기대한다. 댄스스포츠는 스탠더드 부문의 남상웅-송이나 커플과 조상효-이세희 커플의 실력이 월등해 금메달이 유력하다. 왈츠, 탱고, 슬로우 폭스트롯, 퀵스텝, 차차차, 자이브 등에 모두 출전해 전 종목 메달권 진입도 노린다. 댄스 스포츠는 9명의 심판이 연기의 정확성, 예술성 등을 채점해 순위를 가린다.
인라인 롤러에서는 남녀 각각 4명의 대표가 참가해 최소 4종목에서 금메달이 목표다. 특히 여자부의 우효숙과 안이슬은 세계 정상급 실력을 지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스피드 부문에 남녀 4명, 피겨 부문에 남녀 2명씩 출전한다.
중국의 전통놀이인 드래곤 보트에서도 깜짝 메달을 꿈꾼다. 드래곤 보트는 22명의 선수가 용두상을 장착한 배에 승선해 노를 저으며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는 팀 경기. 한국은 카누 선수들로 정예부대를 꾸려 종주국 중국에 이은 최고 성적을 기대한다.
대표 선수 절반 가량이 초등학생들로 이뤄진 체스에서도 선전을 기대한다. 중국, 인도 등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 밖에 올림픽에는 없고 아시안 게임에서만 치르는 볼링, 당구 등에서도 최고 성적을 기대해 볼만하다. 지난 2006년 도하 대회에서 볼링에 걸린 12개 금메달 가운데 한국은 4개(은4 동3)를 수확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나 당구에선 세계 정상급 선수를 보유하고도 ‘노 골드(은1 동1)’로 남아 이번에는 아쉬움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