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99년 한국 및 세계경제 성적표

폴 새뮤얼슨(노벨경제학상 수상자)「금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해인 1999년의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이미 2개월을 보내고 3월로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깜짝 놀랄 만한 나쁜 소식이나 좋은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 98년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금융위기의 해였다. 그러나 99년에는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제한적이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희망적인 견해가 많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제대국인 일본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정책부재 상태도 계속되고 있다. 브라질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정책이 실패한 것도 남미 전체에 새로운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99년 세계경제에 나쁜 소식들이다. 그렇다고 좋은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회복징후가 대표적인 사례다. 1년 전 한국의 채권은 투자등급이 떨어지면서 정크 본드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하나둘씩 한국물의 신용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증시도 지난 97~98년의 침체기를 벗어나 회복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위험수위까지 치솟았던 고금리가 괄목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많은 경제예측가들은 올해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회복소식은 한국민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지만 세계경제에 있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한국과 비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타이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별로 세계경제의 상황을 짚어보면 긴축정책으로 고통받고 있는 브라질 유권자들은 그들의 고통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어떤 확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불안정한 시장구조에서 살도록 강요받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은 시장 메커니즘의 실패로 다시 통제적 관료주의 체제로 회귀할지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역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유무역과 자본거래 자유화를 포기했지만 한국과 타이가 경험했던 부침(浮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자본에 대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생산성 및 생활수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의 역사는 경제의 진실을 검증할 수 있도록 어떤 과학적 실험방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경제사에서 교훈을 얻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 10년 뒤의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제를 비교분석하는 게 더 낫다. 아직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두 지역에 대한 전망을 하지 않았다. 바로 서유럽과 미국이다. 서유럽과 미국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생산하고 소비한다. 이들 두 지역이 올해 강세를 보인다면 반쪽의 다른 지역에도 좋은 징조가 될 것이다. 서유럽과 미국 중 어느 한쪽이나 또는 두 지역이 모두 침체를 보인다면 선진국 국민들은 물론 개발도상국 및 후진국들에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1999년은 새로운 유로의 해다. 유럽 내 약 3억명의 인구가 공동화폐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모여든다면 엄청난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비전문가들은 예견하기도 했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제는 극적인 축구경기나 공상과학소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유로화는 연초 이후 계속 달러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 내 여러 국가는 10%에 달하는 실업률로 고통받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좌파 유럽정부들은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을 낮출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인플레를 억제하려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제는 유럽의 저성장에 대비해야 할 때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계경제의 변수인 미국은 어느 정도 낙관적이다. 무역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높은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물론 미국 경제에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 스트리트 주가는 90년대 중반보다 이미 두배나 폭등한 상태고 투자자들이 미래의 기업수익을 과대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주가의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미국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수십억달러의 외국자금이 뉴욕을 떠날 수도 있고 막대한 헤지 펀드들이 자본유출에 합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성이 반드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S&P 500주가지수가 30%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1999년 세계경제의 성적표를 낸다면 지난해 「B-」보다 다소 높은「B+」의 점수를 매기고 한국은 현재의 회복추세를 감안,「A-」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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