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친환경에너지분야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해양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이 시급한데다 1만7,000㎞가 넘는 해안선으로 둘러싸인 중국은 해양에너지 상업화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풍력·태양열발전 분야에서 무서운 기세로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을 따라잡았던 중국이 이번에 해양에너지까지 눈을 돌리면서 유럽과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의 록히드마틴 등 유수한 외국 기업들과 손잡고 대규모 해양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해양에너지는 풍력·태양광 등에 비해 아직 기술개발과 상용화가 더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향후 시장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조력발전에서 선두를 달리는 지멘스에 따르면 조력발전만으로 2억5,000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에너지 '블루오션'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해 선진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록히드마틴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벽식 다이내믹 조력발전소 건립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에너지는 크게 세 가지 발전방식으로 이뤄진다. 밀물과 썰물 에너지를 이용하는 '조력발전', 파도를 이용하는 '파력발전', 그리고 바닷물 표층과 심층의 온도차를 이용한 '해양온도차 발전' 등이다. 이 중 조력발전은 유럽에 이미 상당수 도입됐으나 중국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계획하고 있는 조력발전소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발전소는 수심이 깊지 않은 근해에 벽을 세우고 여기에 날이 휜 터빈을 장착하는 구조다. 건설비용이 총 300억달러로 예상되는 이 발전소는 원자력발전소 2.5개와 맞먹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미티 드뵈어 유엔산업개발기구 수석고문은 "해상풍력보다 더 싼 값에 대규모 발전을 가능케 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기존의 해상발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착공까지는 최소 10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연해를 가진 한국과 유럽에도 도입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해양온도차 발전소 건립은 진행속도가 더 빠르다. 중국 레인우드그룹과 록히드마틴사는 오는 6월까지 10㎿ 규모의 해상온도차 발전소 부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10㎿는 서양 기준으로 1만가구가 쓰는 전력량이다.
해양에너지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의 '굴기'에 대해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바짝 경계하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발전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선진기업들과의 합작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춤으로써 유럽 등 재생에너지 선진국을 턱밑까지 추격해온 전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