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책과 세상] 베르베르 상상력이 만든 기상천외한 미래

■파라다이스/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열린책들 펴냄


장편소설 '개미', '파피용', '신' 등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아 온 베르베르가 내놓은 단편집(전2권)이다. 단편집으로는 '나무' 이후 7년 만이다. 베르베르의 상상력 속에서 탄생한 기상천외한 미래, 그리고 자신의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온 역설 가득한 과거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래이야기들은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 상상의 미래다. 담배 한 대만 피워도 사형을 면치 못하는 무자비한 환경 독재 사회(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 버린 세계(내일 여자들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세상(영화의 거장), 출처를 알 수 없는 농담의 발원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한 코미디언의 모험(농담이 태어나는 곳) 등 베르베르만의 상상세계가 펼쳐진다. 과거 이야기들에서는 작가 자신의 개인적 추억을 완전 구어체 1인칭 서술 기법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불행을 향해 달려가는 기묘한 정신세계를 가진 한 여성과의 연애(남을 망치는 참새), 지방 신문의 연수 기자 시절 살인사건을 취재하며 겪은 해프닝(안개 속의 살인), 백인 고기는 맛이 없어 먹지 않는 식인 부족과 안전하게 생활하며 아프리카 개미 관찰에 목숨을 건 체험(대지의 이빨), 최면을 통한 전생 퇴행으로 기억해 낸 1만2,000년 전 자신의 사랑 이야기(아틀란티스의 사랑) 등이 소설로 재구성됐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썼다. 미래를 보면 볼수록 나 자신의 과거가 증발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중에는 또 내가 어쩌면 나중에 장편소설로 발전시킬 모태가 되는 것들, 영화의 형태로 영상화를 시도할 것들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단편소설론(論)도 엿볼 수 있다. "단편 소설은 작가라는 장인의 공방 같은 것이다. 그 속에서 갖가지 형식, 체제, 관점, 서술방식을 실험할 수 있다. 짧은 이야기가 미래의 문학형식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점점 더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완전히 독립적으로 보이는 17편의 이야기는 맞물려 돌아가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인간 관찰이라는 패러다임, 또 느슨하지만 교묘한 연결을 갖는 소재들의 배치에 의해서 한 편의 장편소설처럼 읽히기도 한다는 평가다. 베르베르는 한 인터뷰에서 "나의 미래관과 추억의 조각들을 연결한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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