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전국이 더할 나위 없는 관광지이지만 단점도 있다. 관광 이외의 산업경쟁력은 떨어진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관광객이 몰리는 베네치아나 피렌체에 식당 하나 열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는데 힘들게 손에 기름 묻혀가면서 공장을 돌릴 필요가 있을까. 이탈리아인들의 거의 광적인 축구·럭비 열기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데 기본적인 재산(관광자원)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현재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살기 좋지만 미래도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공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2015년 여행·관광 경쟁력' 보고서를 한번 보자. 이탈리아의 '여행·관광 경쟁력'은 세계 8위다. 지난 2013년 기준 외래 관광객은 이 나라에서 439억달러를 사용했다.
다만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면 편차가 심하다. 문화자원과 관광서비스인프라는 각각 3위로 최정상급이다. 이탈리아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면 이에 수긍이 간다. 반면 대부분의 항목이 평균 이하다. 즉 비즈니스환경은 127위, 인적자원·노동시장은 75위다.
같은 보고서에 근거, 정말 아무런 유산도 없는 국가를 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다. 종합 '여행·관광경쟁력'은 11위로 이탈리아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비즈니스환경이 1위, 항만인프라 2위, 인적자원·노동시장은 3위다. 자수성가형 관광강국인 셈이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전체 순위는 29위로 이 가운데 비즈니스환경은 69위, 관광서비스인프라 70위, 인적자원·노동시장은 40위, 문화자원이 12위다. 2013년 기준 외국인들은 146억달러를 한국에서 사용했다. 문화자원이 12위라는 것은 우리도 가치 있는 유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외에서 인정했다는 의미다.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소외된 문화자원이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없는 것은 만들면 된다. 비즈니스환경이나 관광인프라가 약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탈리아를 찾은 외래 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이 920달러에 그쳐 한국(1,201달러)이나 싱가포르(1,601달러)보다 훨씬 적다는 점이다. 유산이 많다고 해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국의 관광상황은 도시국가 싱가포르보다는 인구와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에 가깝다. 싱가포르처럼 우리 사회 전체를 리조트나 시장통으로 만들면서까지 먹고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문화유산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이들보다 훨씬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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