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정책 폐기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전면에 내세운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압승을 거뒀다. 독일 주도의 유럽 경제회생 해법인 '긴축체제'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시리자는 이날 치러진 총선에서 36.34%(개표율 99.80% 현재)를 득표해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27.81%)을 여유 있게 제쳤다. 최다득표 정당에 50석의 추가 의석을 배정하는 그리스 정치제도에 따라 시리자는 149석(전체 300석)을 확보했다. 단독정부 구성이 가능한 과반의석에 불과 2석이 모자랄 정도의 압승으로 이에 따라 알렉시스 치프라스(40) 시리자 당수는 그리스 현대정치 150년 역사에서 최연소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13석을 획득한 그리스독립당 대표와 연립정부 구성 논의에 착수했고 이르면 며칠 내 새 정부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AP통신은 "(시리자 정부가 들어서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내 첫 반(反)긴축 정부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민주주의 역사에서 좌파 성향이 가장 강한 정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그리스에서 정권을 잡은 첫 급진좌파 정당으로도 기록된다"고 보도했다.
치프라스는 총선 승리 수락 연설에서 "(2010년 디폴트 선언으로 인한 구제금융 기간인) 지난 5년간의 치욕과 고통을 당장 끝내겠다"며 "트로이카는 과거의 것이 됐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 대외채권단과의 재협상 및 긴축 정책 폐기 등 총선공약 이행 작업에 곧바로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리자의 승리는 프랑스 국민전선, 스페인 포데모스 등 긴축 반대를 주장하는 주변국 급진정당들을 보다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며 "독일 중심의 긴축 시스템을 경제위기의 유일한 해법으로 삼아온 유럽이 큰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