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창조경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느 나라건 정권이 바뀌면 몇몇 슬로건으로 집권철학을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슬로건을 새로운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는 제약이 따른다. 기존 정책을 폐기하는 데 따른 국가적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매몰 비용을 가능한 한 줄이면서 새 정부의 슬로건을 합리적ㆍ효율적으로 정책화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임무이다.


새 정부의 슬로건인 '창조경제'는 정책화하기가 쉽지 않은 테마이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창조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정책의 한 부문으로서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이와 달리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은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최상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의 추급형 성장에서 벗어나 세계 경제 선도형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적용 영역이 워낙 포괄적이어서 아직 실천적 정책체계가 정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처 간의 업무 분담 구조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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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창조경제에 대한 백가쟁명식 주장을 정리하고 이를 실천적 정책체계로 다듬기 위한 차분한 논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찍이 조선상고사에서 역사 구성의 3요소로 인간ㆍ공간ㆍ시간을 들었다. 창조경제론의 정책화는 이러한 역사구성의 3요소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정책이 다 그래야 하지만 창조경제론에서는 특히 적실성이 높다.

우선 시간적 측면에서 창조성의 함양과 창조성의 산업화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창조성의 함양은 장기적 교육정책의 영역이고 창조성의 산업화는 단기적 산업정책의 영역이다.

공간적 측면에서는 창조성의 발현이 이뤄지는 실제 공간 범위에 적합하게 정책을 기획ㆍ추진해야 한다. 저명한 광고인으로서 창조산업의 중심에서 일하는 박웅현은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공간이란 부담 없이 대면접촉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 즉 지역사회이다. 창조성의 산업화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성과 감성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데서 이뤄진다. 창조경제의 실제 구현은 지역사회 단위로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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