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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국 소득불평등 최대 원인은 근로자와 이익 나누지 않는 기업

■ 한국 자본주의(장하성 지음, 헤이북스 펴냄)

가계 분배 몫 확대·임금격차 축소·정부 소득재분배 정책 강화 등

'함께 잘사는 자본주의' 제안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서구에서는 1980년대 이후 도입된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하며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들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서구의 진단에 동조해 해법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현상이 같다고 원인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장하성(사진) 고려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30여 년간 목욕탕 요금, 다방 커피값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계획경제 시대를 거쳐 1990년대 중반에서야 비로소 시장경제로 전환했다"며 "그 과정에서 다소 신자유주의적 성격의 정책이 있었다 해도 영미식 신자유주의와는 본질부터 다르기에 단순히 미국·유럽의 논쟁을 연장해 한국 경제를 진단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를 집필하게 된 동기도 여기에 있다. 서구의 관점이 아닌 우리 경제 현실에 입각한 논쟁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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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 소득 불평등의 이유는 무엇일까. 장 교수는 이익을 나누지 않는 기업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경제 성장의 성과를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나눠야 하는데 기업의 몫에 비해 근로자의 몫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경제는 지난 10년간 45.6% 성장했는데 실질임금은 그 절반인 23.2% 증가에 그쳤다.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으로 지급한 금액의 비율)도 지난 10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그다지 늘지 않았다.

이익은 그저 '사내유보금'이라는 형태로 기업 내부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 한국 기업들의 사내 유보율은 2002년 89.5%였지만 2012년 95.2%까지 치솟았다. 기업 저축률이 지난 40여년 이래 최고치를 보인 반면 가계 저축률이 40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백번 양보해 사내유보금이 투자에 쓰이고 고용을 창출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 중심의 한국 산업구조에서 기업의 성장은 기대한 만큼의 고용 유발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으며 수많은 대기업은 그마저도 비정규직만을 잔뜩 양산해 내고 있다. 비정규직들이 이익의 분배 구조에서 최하층에 자리 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몫을 제대로 나누지 않는 이런 현상은 결국 민간 소비의 위축을 불러오고 한국 경제 성장의 동력을 떨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장 교수는 이 같은 불평등 구조가 계속 악화돼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상황에까지 가는 것을 피하려면 한국 자본주의를 '고쳐 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제안하는 지향점은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다. 기업 이익 중 가계로 분배되는 몫이 커져야 하고,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하며, 정부의 소득 재분배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초과 내부 유보세 도입 △누진세 강화 △집단소송제·징벌적 배상제 도입 등을 내세운다.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민주주의다. 장 교수는 "자본주의에 '돈'이라는 무기가 있다면 민주주의는 '1인 1표의 투표'라는 무기가 있다"며 "절대다수의 국민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한 표를 던지는) 계급 투표를 잊지 않을 때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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