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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배 가격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려는 과정에서 도입한 개별소비세 부과 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치품에나 붙이는 개소세를 담배에 부과하는 논란은 둘째 치고 '세금부과 방식'이 가격을 기준으로 한 종가세를 적용해 국내산과 외국산 담배의 가격 차이가 많게는 1,300원까지로 벌어져 되려 역차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논란이 커지자 담배 개소세를 종가세가 아닌 수량을 기준으로 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7일 담배에 개소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소세법'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담뱃값을 2,000원 올리고 한 갑당 594원의 개소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의 개소세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심의과정에서 담배 가격을 올리기 위해 도입한 '개소세'의 부과 방식에 문제가 발견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개소세를 종가세 기준으로 적용하다 보니 국산 담배 가격은 껑충 뛰는 반면 수입 담배는 소폭 상승에 그쳐 가격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제시한 종가세는 국산 담배와 외산 담배의 판매가가 달라지는 측면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국내산이 역차별을 당하는 부분에 대해 업계로부터 의견을 수렴했고 종량세 전환 여부 등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가세 적용 때는 국산 담배가 수입 담배보다 1,300원 더 비싸져=세금에는 제품의 원가를 과세표준으로 삼는 종가세와 물건의 수량·면적·길이 등이 기준인 종량세가 있다. 현재 담배는 종량세가 붙고 있다. 20개비를 기준으로 1갑당 세금이 부과되다 보니 국산 담배와 외산 담배의 가격이 대부분 2,50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정부가 현재의 담배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는 과정에서 개소세를 도입했는데 개소세 부과 방식에 종가세를 적용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담배에 대한 종가세는 국내산은 제조원가, 수입산은 수입원가를 기준으로 부과한다. 국산 담배 1갑의 제조원가는 772원이다. 종가세 77%를 부과하면 594원이 붙는다. 반면 필리핀 제조 담배의 원가는 180원에 불과하다. 종가세는 139원이다. 결국 국산은 과세표준 금액인 700~800원의 77%인 539~616원이 개소세가 되고 외산의 경우 180~250원의 77%인 139~192원이 개소세가 된다. 이는 국산 담배의 23%에 불과하다.
개소세 차이는 부가가치세와 소매인 마진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수입 담배의 마진을 높인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과 필리핀 공장 제조시 동일 제품 소매가는 각각 4,500원, 3,220원으로 1,280원이나 차이가 난다.
업계는 가격 차이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외국계 담배 기업이 1갑당 200원씩 가격을 올리자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국산 담배의 판매급감은 국산 담배공장의 해외이전을 촉발할 수 있고 고용축소 및 국내 잎담배 농가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국민건강 증진, 세수확보 등을 목적으로 한 담뱃세 인상안의 불똥이 국내 담배산업 위축으로 튈 수 있다는 얘기다.
◇보석도 세율 20%인데…담배는 77%=정부가 담배 개소세율을 77%로 책정한 것도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헌법 33조 7항에는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라는 단서를 두고 있다. 즉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개소세 대상 중 20%를 웃도는 것은 없다. 보석·귀금속 등이 200만원 초과금액에 대해서 20%의 세율을 적용 받으며 승용차도 2,000㏄를 초과하는 것에 10%가 매겨진다. 향수 등은 7%에 불과하다.
담배에 붙는 개소세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개소세는 보석·귀금속·모피 등 주로 사치품에 붙는 세금인데 담배를 사치품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저소득층의 소비가 많은 담배에 고율의 개소세를 신설해 부과하는 것은 세금의 역진성을 더욱 강화해 흡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