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FRB, 경기둔화 우려 목소리 커진다

■ 美, 12월 FOMC 의사록 공개<br>"주택시장 둔화 경제활동 지속적 압박" 판단<br>통화정책 초점 '물가' 서 '경기'로 선회 조짐도<br>월가선 금리 조기인하 전망 "올 4%까지 내릴것"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부에서 미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는 ‘물가압력 통제’라고 입을 모았던 FRB 위원들 사이에서 경기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으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월가(街) 전문가들은 FRB의 통화정책 초점이 과거 ‘인플레이션의 선제적 차단’에서 ‘경기둔화’로 방향이 급선회하고 있어 앞으로 주택ㆍ소비ㆍ생산ㆍ고용 등 거시경제지표가 생각만큼 개선되지 않을 경우 FRB가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둔화 경고음=FRB는 3일(현지시간) 공개한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몇몇 FOMC 위원들은 최근 발표된 ‘위축된(subdued tone)’ 경제지표들이 단기적으로 경기하강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현상이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택시장 둔화는 지속적으로 경제활동을 압박하고 있다”며 “주택판매가 안정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건축업자들이 재고물량을 줄임에 따라 앞으로 몇 분기 이내에 주거용 건물투자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FOMC 의사록은 “아직까지 주택경기 둔화가 소비지출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할 경우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충격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FRB는 이날 의사록을 통해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주택경기 침체가 소비위축, 기업투자 및 생산 감소 등을 거쳐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위험이 있음을 자인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FRB가 이전 FOMC 회의록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를 강조하며 미국 경제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보스턴 소재 베어링자산운용의 샘 라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회의록의 가장 큰 변화는 FRB가 이전보다 경제둔화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인플레이션 차단이 FRB의 1차적인 목표이지만 경기둔화에 대해 확실히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FRB가 ‘물가’보다는 ‘경기둔화’ 언급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금융시장이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것을 차단하려는 계산에서다. 물가압력 차단이 FOMC 모든 위원들의 최우선 관심사라고 못박아놓음으로써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높은 상태에서 경기둔화를 강조, 여차하면 ‘금리인하’도 단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은 셈이다. ◇힘 실리는 금리인하=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필두로 ‘매파’ 일색이었던 FRB 내부에 반기를 드는 ‘비둘기파’들이 속속 등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1명의 FOMC 위원은 금리인상을 암시하는 내용을 성명에 포함시키는 데 분명한 반대입장을 보이며 오히려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해 FOMC가 균형된 모습을 나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FRB가 원론적 입장에서 강조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그리 신경 쓸 것이 없으며 오히려 FRB가 제기하고 있는 경기둔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금리인하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는 현재 5.25%인 연방기금 금리가 올해에는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티그룹ㆍUBSㆍ도이치뱅크 등도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FOMC 회의록 발표 이후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포인트 떨어진 4.66%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FRB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반영해 기준금리 선물가격도 상승했다. ● "FRB, 물가안정·고용·성장 함께 고려해야"
'물가안정목표제' 내·외부서 비판 잇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 결정에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ㆍ성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RB 수장인 벤 버냉키 의장이 통화정책 철칙으로 여기고 있는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 타기팅)'는 정책 효과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고용과 경제성장을 모두 고려해 통화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FRB 감사권을 갖고 있는 미 하원 재정위원회의 바니 프랭크 위원장 내정자는 4일(현지시간) "FRB의 역할을 물가안정에만 국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내가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RB 법령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장기금리 안정에 똑같은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FRB의 역할을 물가안정으로만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랭크 의원을 비롯해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인 잭 리드 의원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FRB가 물가안정뿐 아니라 경제성장에도 동일한 비중을 두어야 하며 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만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RB 내부에서도 도널드 콘 위원 등이 물가안정목표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미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통화정책의 초점도 자연스레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부양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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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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