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4월 7일] 위기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

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

예전에 지인의 권유로 ‘연산군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조선시대 광해군과 함께 폭군으로 불리는 연산군이 사실은 폭군이 아닌 왕권 강화를 추구하다 폐출당한 임금이었으며 그를 폭군으로 만든 사서 속의 행위는 왕권에 대항하던 세력들에 의해 왜곡된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몇 가지 사료를 근거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책이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이유는 그동안 모성 박탈로 심성이 비뚤어진 폭군으로만 비춰지던 연산군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조명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얼마 전 정조대왕이 최대 정적(政敵)으로 알려진 노론 벽파(僻派)의 지도자 심환지(沈煥之ㆍ1730~1802)에게 보낸 비밀편지들이 공개되면서 정조의 군주상도 ‘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같은 공식 사료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에서 사물을 판단하고 접근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떻게 보면 엉뚱하기도 하고 다수의 관념과 동떨어진, 그래서 이질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관점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나 다윈의 ‘진화론’과 같이 인류의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발견도 그 출발은 대부분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최악의 경기불황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경제 전체가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와중에 우리 경제도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면 그렇게 암울하게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위기는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다른 선진국들의 강점과 약점을 알게 되는 기회도 될 수 있고 이에 대해 충분히 분석하고 준비를 한다면 몇 년 후에는 현재보다 훨씬 경쟁력이 높아진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금융과 산업의 각종 인프라와 시스템을 선진화하고 외부 충격에 훨씬 강한 체질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ㆍ기업, 그리고 개인 누구에게나 위기는 찾아오는 법이다. 그러나 위기를 위기로만 받아들이고 낙담한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위기는 발전과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희망적인 생각과 새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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