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CEO "必死卽生" 결단 회사살려

[구조조정 성공학] 5. 한화그룹(중)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말이다. 외환위기로 기업들이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던 98년 6월 김승연 한화 회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이 문구를 인용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쓴 말로 김회장 자신부터 죽을 각오로 회사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아 임직원들에게 전한 것이다. 한화가 한 발 앞선 개혁으로 '구조조정 성공기업'으로 거듭난 데는 김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결단 등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뜻이 절대적이었다는게 공통된 분석이다.. 김 회장의 결단이 돋보이는 대목은 98년 2월 담보로 사재를 내놓고 금융권에 5,000억원의 협조융자를 신청한 것. 한화에너지의 자금난으로 원유도입 마저 어려운 상태에 하루가 다르게 뛰는 금리, 몸사린 금융기관, 채권회수에 바쁜 종금사. 여기서 김 회장은 자신이 갖고있던 한화에너지 지분 2%와 계열사 주식, 집 등 사재를 담보로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놀랐지만 한화 임직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회장의 의지를 확인했고, 신뢰를 보냈다. '필사즉생'의 정신이 전 임직원들에게 파고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한화종합화학 과산화수소사업 등 비주력 부문을 비롯 한화에너지ㆍ한화기계 베어링부문 등 그룹의 주력ㆍ핵심사업까지 팔았다. 이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대부분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사업이었지만 김 회장은 과감한 결단만이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며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98년말 한화 계열사는 15개로 1년전(32개)의 절반으로 줄었고, 자산도 12조원에서 7조8,000억원으로 격감했다. 반면 8조원이 넘던 차입금은 3조6,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작지만 알찬기업으로 변모한 것. IMF의 파고가 어느정도 가라앉던 99년 5월말. 전경련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구조조정은 뼈와 살을 깎아내는 고통정도가 아니라 마취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갈비뼈를 들어내고 폐 하나를 잘라내는 기분이었다. 죽기로 각오하고 나선 덕분에 남들보다 앞서 구조조정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임석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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