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시바가 삼성 낸드플래시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취하고 나섰다. 삼성이 샌디스크 인수를 추진 중인 것과 관련, 샌디스크와의 합작 설비 일부를 사들여 낸드플래시 생산량 확보에 나선 것이다.
도시바와 샌디스크는 20일(현지시간) 일본에 위치한 합작 생산법인 팹3ㆍ팹4 생산능력의 30%를 도시바가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인수금액은 약 10억달러다.
팹3ㆍ팹4는 도시바와 샌디스크가 5대5로 출자해 설립한 설비다. 그동안 두 회사가 생산량의 절반씩을 가져갔지만 이번 합의로 도시바가 총 생산량의 65%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도시바-샌디스크 합작법인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절반을 삼성이 확보하게 된다. 도시바가 자사의 낸드 점유율이 크게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도시바의 조치는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샌디스크가 현금을 다량 확보, 인수협상에서 당분간 여유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 불리한 점으로 거론된다.
반면 샌디스크를 인수할 경우 도시바-샌디스크 합작법인 문제 처리에 곤란을 겪던 삼성으로서는 도시바가 설비 문제를 먼저 정리해준 격이 된 측면도 있다. 특히 삼성-샌디스크의 낸드 생산량 합계가 미국과 유럽 등의 독과점 방지 제도를 회피할 수준으로 떨어져 오히려 삼성의 샌디스크 인수전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