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진산업/부도후 제조업 인수 재기발판(중기 홀로서기:7)

◎거래처 2억 부도… 페인트 대리점 정리/신보보증 대출로 금속도장 설비 마련/기름제거·판매 등 일관체제구축 야심「아직도 제조업을 하십니까」 요즘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실제로 골치아픈 제조업체를 청산하고 부동산 임대업같은 서비스 업종으로 변신하는 중소기업인들을 우리 주위에서 흔치않게 볼 수 있다. 분체도장 업체인 유진산업의 유창현 사장(43)은 이런 일반적인 세태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남부러울것 없이 페인트 대리점을 경영하던 유사장은 이제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때묻은 작업복을 입고 종업원들과 함께 하루종일 기계와 씨름하고 있다. 유사장이 뒤늦게 제조업에 뛰어든 것은 올해초 부도를 맞아 9년간 해오던 대리점인 럭키현대페인트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 거래처로부터 2억1천만원의 부도를 당하게된 유사장은 필사적인 노력도 아무 효과를 보지 못한채 결국 대리점을 포기해야만 했다. 유사장이 그당시 거래처로부터 받을 어음은 8억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평소 제조업에 강한 미련을 갖고 있던 유사장은 그때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말을 격언삼아 아예 금속제품 분체도장업을 영위하던 경기도 화성군의 유진산업을 인수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유사장은 부도를 맞은 직후라 심한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부도처리 과정에서 유사장이 보여준 모습은 주위 사람들에게 전혀 색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도가 나면 자기 몫을 챙기거나 일단 몸을 피하고 보는게 다반사지만 유사장은 오히려 자신이 직접 나서 발행된 당좌 부도어음을 일일이 회수하고 다녔다. 주변사람들도 이같은 유사장의 뜻을 알고 오히려 자청해서 채권 상환을 연기해 주겠다고 나설 정도였다. 과거 대리점 운영시절 LG화학 등 대기업으로부터 판매왕으로 뽑혀 포상금까지 받기도 했던 유 사장이었지만 막상 제조업체 경영자로 변신하자 부도기업이라는 낙인은 쉽사리 떨쳐버릴 수 없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불량 규제가 되어버린 상태라 사실상 한푼의 자금 차입도 힘든 형편이었다. 신용보증기금 구로공단지점은 유사장과 함께 은행권을 돌아다니면서 회사의 실상을 설명하고 자금 대출을 부탁했다. 결국 신보는 갱신보증을 통해 자금을 지원해주었고 한일은행 동수원지점 및 기업은행 시흥남지점에서는 신규 대출을 해주어 급한대로 운전자금 및 시설 투자에 충당할 수 있었다. 유사장은 직장시절을 포함해 평생 도장분야에 몸담아왔기 때문에 기술이나 품질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초기에는 설비가 자주 고장나는 바람에 잘 알지도 못하는 기계를 붙잡고 싸우느라 숱한 밤을 지새야만 했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부인도 보다못해 공장일을 돕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부인은 공장에 나와 종업원들에게 식사를 해주는가 하면 작업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 도와주고 있다. 유사장은 모든 일이 돈과 결부되어 있어 아직 자금 부족으로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당초 계획이라면 벌써 대형 조립금속제품 도장용 시설이 들어서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운영자금이 부족한데다 대리점과는 달리 전혀 생소한 거래처를 새로 뚫다보니 수주활동이 생각만큼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유사장의 꿈은 도장, 기름 제거, 판매 등 페인트와 관련된 일관체제를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다. 이미 유사장의 머리속에는 코팅코리아(주)라는 어엿한 회사이름까지 만들어져 있다. 유 사장은 『도와준 사람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비록 힘은 들어도 품질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과거에는 맛보지 못했던 보람을 느낄 수 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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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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