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책은행의 변신을 기대하며

국책은행에 다니는 K차장은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 추석 연휴 때도 그랬고 최근에도 만나는 사람들의 첫 인사가 왠지 껄끄럽게만 느껴진다. 친구들은 은근히 “돈 많이 번다니 술 한잔 사라”고 요구한다. 감사원의 공금융기관 감사 결과가 발표된 후 K차장의 경우처럼 국책은행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 총재나 행장 등 경영진과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공개되면서 국책은행은 매달 ‘돈잔치’를 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비난 여론이 쏟아지면서 국책은행 직원들은 숨죽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억울함’을 털어놓고 있다. 국책은행의 인력 가운데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창구직원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시중은행은 창구직원이 50%가 넘는데, 직원의 평균 급여 수준을 비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엄청난 연봉을 챙기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상위직급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국책은행 역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했지만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상위직 퇴출이 비교적 적었던 것뿐이라며 항변하고 있다. 이런 ‘억울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들은 지난 2일 경영혁신방안을 내놓는 등 쇄신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국책은행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너무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돼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봉급이 많다느니 하는 논란보다는 국책은행으로써 제대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보다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관심이 지엽적인 데 모아지다 보니 국책은행들이 서둘러 내놓은 경영혁신방안이 왠지 허전해 보인다. 국책은행들의 대안이 간부들 봉급을 삭감하는 등 형식적인 데 그치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소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책은행들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치르고 난후 정부가 구상하는 국책은행 기능 재정립 방안에 맞춰 또다시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수년 후 국책은행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금융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국책은행 임직원 모두가 거액의 연봉을 받더라도 당당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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