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생산설비 활용방안 찾아야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전투기를 생산한 것은 지난 83년. 미국의 F-5E/F를 조립생산한 5공은 이를 '제공호'라고 이름 붙이며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개가, 자유진영국가 6번째의 전투기 생산, 독자적인 전투기 생산기반 마련'이라고 선전했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최신예전투기 독자생산'이라며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대한항공이 맡았던 단순 조립생산 라인 설비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지원이 뒤따랐다.
최초의 국산전투기에 해당되는 제공호 생산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화가 하나 있다. 실제 생산은 83년이었지만 생산검토 지시가 떨어진 것은 3공 시절. 실무진들은 후보기종으로 스웨덴제 JAS-37 비겐전투기를 올렸다.
이 전투기는 국토가 협소하고 삼림에 둘러쌓인 스웨덴의 환경을 반영해 이착륙거리와 공중전의 절대기준인 선회반경이 짧으면서도 마하 2를 넘는 최고속도를 지니는 등 당시로서는 일류급으로 평가받던 기종.
당시 실무팀 관계자는 "미제무기와 달리 기술이전도 바라볼 수 있었다"며 "어떤 이유에선지 이 기종대신 F-5시리즈가 선택돼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더 문제는 제공호 조립생산 설비가 1회성으로 그치고 말았다는 점. 미국제 F-16과 F- 18전투기를 놓고 논란끝에 공군의 주력전투기로 선정된 F-16의 한국 라이센스 생산형인 KF-16을 위한 설비로 이용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삼성항공(KAI의 전신)은 신규생산라인 신설을 위해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이는 지금도 KAI의 재무상태 악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F-16을 생산할 때도 정부는 '국내 항공기술의 개가'니 '항공산업 선진국 진입'며 하고 자화자찬했다.
FX기종으로 어떤 것이 선택되든 KF-16을 위한 생산라인과는 관계가 없다. 여기서 국내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두가지 방향이 나온다. ▦단순 중복투자, 1회성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것과 ▦무리하게 완성형 전투기 제작에 매달리기 보다 부품ㆍ소재에 주력하는 것이다. FX의 대안으로 F-16개량형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존의 생산설비를 이용해 서방전투기중 F-4 이후 베스트셀러인 F-16에 대한 개량 노하우를 쌓는다면 전세계에 널려 있는 대규모 F-16 개량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형중심의 항공산업 육성에서 내실위주의 실속형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