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돼 오는 2013년부터 시작되는 교토의정서 2차 의무감축기간 중 지난 1995년 대비 5% 감축의무가 부과될 경우 연간 최대 82억달러(약 7조7,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발표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현진 박사는 26일 산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주최한 ‘탄소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이날 세미나에서 “국내외 여건상 한국을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참여시키려는 압력이 내년 중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의무감축 중심의 유럽연합(EU)과 미국 중심의 주요 국 회의 양쪽에서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김 박사는 “5% 의무감축이 적용되면 우리는 2015년까지 이산화탄소(CO2) 약 3억2,680만톤을 절감해야 해 비용부담이 최저 16억달러에서 최고 8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 현재 우리나라 CO2 배출량은 6억970만톤이다. 이 같은 의무감축비율이 2020년까지 유지되면 비용이 최고 약 166억달러(약 15조6,000억원)로 늘어난다. ◇’수익창출형’ 탄소 비즈니스=김 박사는 이산화탄소 감축 움직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기업들의 ‘수익창출형 탄소 비즈니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일본 미쓰비시상사는 6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연간 1,200만톤의 CO2 배출권을 확보, 연간 1억3,000만달러의 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 3위의 풍력발전업체 가메사(스페인)는 풍력발전시설 건설사업을 탄소배출권 확보 프로젝트(CDM)로 만들어 이 배출권을 전력회사에 매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투자은행 등 금융권의 참여도 활발하다. UBS글로벌에셋매니저먼트는 올해 ‘UBS 지구온난화 대응 관련주 펀드(일명 Cool Earth)’를 만들어 출시 1개월 만에 순자산총액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탄소펀드 수익률 11%=이주수 한국투신운용 탄소펀드팀 팀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탄소펀드의 최저 요구수익률은 11%”라고 밝혔다. 탄소펀드란 유엔(UN)에서 인정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투자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배출권을 유럽 등 거래시장에 판매해 수익을 확보하는 신종 금융상품으로 26일 청약식을 가졌다. 청약식에서 설정된 금액은 1,350억원으로 목표금액 2,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내년 1월 중순 한국전력이 추가로 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 만큼 총 설정금액은 2,05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펀드투자에는 에너지관리공단을 비롯해 보험사 4개, 은행 1개, 연금 1개, 일반 기업 2개로 총 9개 기관투자가들이 참가했다. 이 팀장은 이날 “교토체제 및 탄소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탄소배출권(CER) 가격이 크게 변동할 위험이 있다”며 “이에 따라 CER을 직접 확보, 미래 경영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자 하는 투자자만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국내 탄소시장 발전방향 비판론도=에너지관리공단은 이날 ‘한국 탄소배출권(KCER)’과 연계된 인센티브 방식의 자발적 배출권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3년 이후 포스트 교토협상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의무감축국이 될 경우 탄소배출권 사업(CDM)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KCER을 중심으로 한 탄소시장 육성방향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도 자발적 감축시장의 비중과 중요도가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이에 기댄 시장조성이 얼마나 의미를 갖는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