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심윤수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

"친환경 시장에도 진출…글로벌 인증기관으로 거듭날 것"



태양광 모듈·리튬 전지등
신성장분야 인증 투자 확대 해외기관과 상호인증체제
글로벌 영토확장도 추진 제품개발단계부터 참여
블루오션 적극 개척
2025년 세계10위권 도약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오는 2025년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인증기관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심윤수(사진)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 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통합기관의 출범은 세계시장에서 다국적 시험인증기관에 열세를 보여온 국내 인증기관들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인 만큼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인증기관으로 키워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KTC는 기기유화시험연구원과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을 하나로 합친 것으로 최근 통합 1주년을 맞았다. 심 원장의 이 같은 포부는 단순한 숫자놀음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인증시장 규모는 100조원, 국내 시장은 5조원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내 인증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외국 인증기관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 원장의 계획은 KTC를 반드시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워내겠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단기적으로 2015년에 세계 20위권 인증기관으로 도약하고 2020년 15위권으로 키운 후 결국 2025년이면 충분히 10위권 인증기관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심 원장의 구상이다. 그는 이를 위해 취임 이후부터 줄곧 세 가지의 경영전략을 앞세워 KTC 영토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신성장동력 확보다. 최근 들어 친환경제품 등 새로운 산업의 탄생에 맞춰 이를 위한 인증시장에 곧바로 진출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 실제 심 원장 취임 이후 KTC는 태양광모듈 인증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서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태양광모듈 인증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또 리튬이온전지 인증을 위한 설비 발주도 마쳐 2012년부터는 인증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전기전자 분야 등은 법으로 안전인증을 받아야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지만 신성장산업인 스마트그리드, 산업용 세정제 등의 분야에서는 아직 법적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소비자들은 인증받은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새로운 영역으로 인증업무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의 시장이 커지면서 분명 친환경제품에 대한 인증 시장도 열리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해외 선진국들이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해 까다로운 규정을 만들어 사실상 무역 장벽을 쌓아올릴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산업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KTC가 친환경 분야 진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공인시험인증기관의 대부분이 일반 수요재산업에 치중해 있어 신수요 분야 관련 공인인증을 하기에는 시험능력이나 인력 등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심 원장이 구상 중인 또 다른 신규영역은 정보기술(IT)산업과 계량검정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비쿼터스 검증 실시와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 모바일 지급결제의 표준화사업 등이다. 이와 함께 국제공인시험인증 분야도 앞으로 심 원장이 넓혀나갈 분야다. 심 원장은 "두개의 서로 다른 기관을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신규사업 발굴부서를 신설해 신사업 발굴과 컨설팅, 장비 개발 등의 사업영역 확장이 이제는 가능해졌다"며 "기존의 시험인증기능이 보다 체계화되고 다양해지면서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과 제품 수출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또 다른 대안은 해외 진출이다.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해외 인증기관과 관계를 구축해 상호인증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선진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기술연수를 실시하고 인증위탁을 받아 해외시장으로까지 인증영역을 확대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국내 전용 시험기관이 아니라 글로벌 전문시험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KTC는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증 수요가 많은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해외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시험소 운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중국에도 중국 정부나 중국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인증기관이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이 중국 현지까지 가서 인증업무를 거쳐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KTC의 사업영역 확대 차원에서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심 원장은 "현재 운영 중인 중국의 해외지사 업무영역을 확대해 현지에서 인증을 실시할 수 있는 사업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그의 복안은 인증 시장을 찾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제품이 나온 뒤 인증 시장에 뛰어들어서는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만큼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참여하고 대학과 연구기관ㆍ인증기관 등이 뭉쳐 제품을 개발하고 인증하는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내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심 원장은 "KTC는 기존 인증영역에서 임직원이 모두 베테랑급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게 KTC의 단점이기도 하다"며 "조직문화를 점진적으로 바꿔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면 세 가지 경영구상 실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심 원장은 내부역량 강화를 위해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과감한 인센티브제 도입 등을 통해 조직 내부의 체질을 개선할 방침이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그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자유무역이 가능한 지금도 선진국은 제품에 대한 기술규정을 새로이 만들거나 기존 규정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기술장벽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 등의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KTC가 새로운 사다리를 만들어주는 게 역할 아니겠습니까." 그가 2025년 세계 10위권 인증기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과 목표 자체가 KTC의 외형 확장보다는 KTC의 성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임을 확인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의 고민과 노력이 KTC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된다.
계량검증 분야 시장 점유율 100% '독보적'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출범 1년 전기전자 부문선 65% 육박… 국내인증업계 최고기관으로
해외 인증 서비스도 지원… 수출제품 신뢰성 제고 한몫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기기유화시험연구원과 전기전자시험연구원이 하나로 뭉쳐 새로 탄생한 곳이다. 지난 8일로 통합한 지 정확히 1년이 됐다. KTC는 이 같은 통합으로 전기전자 인증 분야에서는 65%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계량검증 분야에서는 100%에 달하는 점유율로 국내 인증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관으로 부상했다. 국내에서 전기전자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KTC와 같은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 등에 관한 인증을 받아야 비로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만큼 KTC는 각종 제품의 안전에 관한 인증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계량검증의 경우 일상생활의 저울 인증에서부터 어린이 놀이터 놀이기구의 인증업무까지 우리 일상생활의 안전, 객관성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KTC의 설립 취지도 시험과 검사업무를 통한 전기전자제품의 안전망을 확보하겠다는 데 있다. 또 해외 인증 서비스를 통한 국내 제조업계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국내 인증을 통해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KTC는 지금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아시아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 글로벌 인증기관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 국내 제조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을 직접 현지기준으로 인증해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KTC는 현재 23개국 41개 기관과 상호인증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앞으로는 국내 회사의 해외 현지공장 업무까지 도맡아 하며 국내 기업들의 수고와 비용을 덜어주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한편 KTC는 지난해 43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480억원 이상의 매출액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일도 출근 '업무광', 해외시장 지식 해박
■심 원장은 심윤수 원장의 집무실에는 원훈을 담은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변화와 혁신' '신가치 창조'라는 글귀가 쓰여 있는 이 원훈은 심 원장이 임직원에게 항상 강조하는 내용이자 KTC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심 원장은 "변화와 개혁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이 소수이지만 분명히 있다"며 "변화와 개혁에 동의하면서도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참여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원훈을 변화와 혁신으로 정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심 원장이 직원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내부의 '적당주의'를 없애야 비로소 KTC의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심 원장은 매사에 빈틈이 없다. 주어진 일에 대한 집념도 남다르다. 그는 휴일에도 출근해 업무와 관련한 국내외 사례를 치밀하게 챙길 정도로 세심하다. 특히 자신이 미진하다고 판단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밤을 세워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본인이 모르거나 좀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직원들과 그룹을 만들어 토론도 즐긴다. 자신의 생각이 자칫 고집이 될 수도 있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은 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가다듬는 것이다. 심 원장은 해외에도 관심이 많다. 본인이 해외에서 쌓은 경험을 KTC에 접목할 경우 글로벌 영역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 근무할 때 주중 한국대사관 상무참사관을 역임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해외시장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또 철강협회 부회장 재임 시절에도 중국산 철근의 무분별한 한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는 등 국내 산업 보호와 국내 산업 해외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해왔다. 그가 강조하는 KTC의 해외 진출전략과 '변화와 혁신' 원훈은 그의 좌우명 '신의 성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 원장은 "세상을 살면서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한 만큼 보상이 이뤄지는 게 인생사" 라며 "KTC 초대 원장으로서 끝없는 변화를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임직원에게 "미래를 믿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야 한다"며 "불확실하다고 소극적일 필요도 없고 KTC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약력 ▦1952년 경기 이천 ▦용산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졸업 ▦1975년 행정고시 18회 ▦1981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1986년 미 아메리칸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0년 상공부 행정관리 담당관 ▦1993년 상공부 유전개발과장 ▦1999년 산자부 기획예산담당관 ▦2000년 중소기업청 기획관리관 ▦2001년 주중 한국대사관 상무참사관 ▦2004년 산자부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 ▦2004년~2009년 한국철강협회 상근부회장 ▦2006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박사 ▦2010년 KTC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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