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박현주식 역발상

[데스크 칼럼] 박현주식 역발상 김형기 kkim@sed.co.kr 처음 접했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자격증 소지자에게 감점을 주라"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에 대한 이야기다. 좋은 학교, 좋은 성적 등의 또 다른 표현쯤으로 받아들였던 각종 자격증에 대해 박 회장은 지난주 말 그룹 신입사원 면접관들을 불러서 "과도하게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높은 평가' 대신 '마이너스 평가'를 내려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주어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격증 쌓기만 열중한 사람은 미래에셋의 인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이 뉴스를 접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역시 박현주"라며 감탄했다. 일단 우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자. 박 회장의 이 같은 요구는 '미래에셋'만의 기업 문화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셋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선택으로 읽힌다. 미래에셋 측은 "(박 회장이 한 말은) 자격증이 전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라 여러 자격증을 모으는 데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입사지원자는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많은 자격증보다는 건전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나, 다수의 흐름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창조적 소수의 시각'을 가진 사람이 궁극적으로 회사를 이끌 인재로 성장한다는 박 회장의 인재관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남들과 똑같은 분석능력과 사고방식으로는 분단위ㆍ초단위 승부가 결정되기도 하는 자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승률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당연히 '남들과는 다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한국 무대에 국한하지 않고 아시아 무대를 상대로 큰 틀의 자산운영게임을 펼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해왔었다. 이점에서 박 회장의 신입사원 희망자에 대한 평가기준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에서 '박현주식 인재관 또는 선발기준'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박 회장의 주문은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에 입사하고자 희망하던 취업 예비생 가운데 범상치 않은 능력을 갖춘 '자격증 인재'들에게 일종의 '불평등한 판정기준'을 강제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자격증으로 포장된 모습을 믿지 못하겠다'거나 '시류에 잽싸게 부합할 뿐 (미래에셋이 요구하는)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바라본다면 다음부터는 미래에셋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 예비생들은 보유하고 있는 자격증을 적당히 감출 것이다. 올해는 어찌해서 인재선별에서 성공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도 성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박 회장의 시각은 일반적인 사안들을 거꾸로 읽어보려는 리더들이 매우 즐겨 사용하는 '역발상 방식'이다. 과도한 역발상은 상식의 세계를 해친다. 사실상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그룹 총수나 오너가 자신의 독특한 취향과 시각에 의존해 중요한 경영의사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면 여지없이 '예측 불가능한 집단'으로 평가받기 마련이다. 현실이 왜곡됐다면 왜곡된 요소만큼을 수정하면 되는 것이지 아예 부러뜨리겠다고 덤비다간 '현실과 괴리된 이상'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십상이다. '상식의 파괴'가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하지만 '상습적이고 무조건적인 상식 파괴'는 또 다른 함정으로 빠져드는 출발이기도 하다. 요즘의 시대 코드는 '역발상'인가 보다. 참신한 점은 좋은데 자칫 과도하게 나가다 본질을 놓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입력시간 : 2007/10/15 16:5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