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론스타 수사 단상

국민적 의혹 속에서 검찰 최고 수사부서인 대검 중수부가 9개월간 진행했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수사가 사실상 종료됐다.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등 정부 최고위층이 나서 불법적으로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았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 달리 변양호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선에서 부당한 헐값 매각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이 행동대장(?)을 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국내 굴지의 은행 매각이 일개 국장선에서 결정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부실 수사, 축소 수사, 미완의 수사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법도 하다. 검찰은 수개월간 열심히 했다고 강변한다. 물적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 윗선의 개입을 밝히는 데 실패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 변씨의 금융 전문성이 탁월하고 정부 내 입지가 막강해 단독으로 실행한 일일 수도 있다. 어차피 진실은 알기 어렵다. 단지 검찰과 법원이 밝히는 제도적 진실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검찰이 제도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는 곱씹어볼 일이다. 형사범죄는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발생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제1 수사원칙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사자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증거가 인멸되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이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헐값 매각 사건은 이미 지난 2005년 초부터 시민단체 등이 정부 고위당국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는 등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본지는 이때 고발장 접수를 주도한 모 변호사 인터뷰를 대서특필하면서 고발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스티븐 리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 대해 국세청은 탈세 혐의로 고발했고 금감위는 외화 밀반출로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 와중에 헐값 매각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스티븐 리는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갔다. 검찰은 이후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자 올해 3월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 여론에 떠밀려 진행된 뒷북 수사의 전형이다. 검찰은 늑장 대응으로 핵심 인물인 스티븐 리를 눈 앞에서 놓치고 나서 최근에는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수사에 결정적 방해를 받았다며 성토했다. 구속수사가 능사는 아니다. 검찰 수사도 시대 환경에 맞게 변해야 한다. 검찰은 남의 탓을 하기 전에 자기 잘못부터 봐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