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차기 총리 등극이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의 '엔저 기조' 발언으로 약세를 보이는 엔화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해 헤지펀드들이 앞으로 엔화가치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해 현재 엔화 매도포지션이 5년 만의 최고 수준이라고 4일 보도했다. 필립 본포이 뉴스케이프캐피털그룹 회장은 "시장에서 (엔화가치 급락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엔화를 대거 매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옌스 노드빅 노무라증권 채권 담당자도 "차기 일본 정권이 일본중앙은행(BOJ)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지 장담할 수 없지만 엔화에 엄청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최근 엔화를 바라보는 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대다수 헤지펀드들이 엔화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아베 총재가 경기부흥을 위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아베 총재는 "물가상승률을 최대 3%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일본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이후에도 이와 관련된 발언을 쏟아냈다.
아베 총재의 발언 이후 엔화가치는 급락하며 달러당 82엔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노무라증권은 "일본은행이 장기적인 물가상승률을 2%대로 올리고 현재와 같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다면 엔화가치는 달러당 95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부 헤지펀드들은 연말을 맞아 투자자들이 거래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엔화약세에 지나치게 베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도 아직 미국 재정절벽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