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치는 방역대책


올 초에 발생해 지금까지도 종식되지 않고 막대한 피해를 몰고 오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지난달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북 의성과 고령 등지에서 3년3개월여 만에 구제역이 또 발생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지난 2011년 4월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3년 이상 발생하지 않아 올해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백신접종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았으나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2개월 만에 그 지위를 상실하게 돼 그간 어렵게 이룬 청정화가 수포로 돌아갔다.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3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국가세금을 땅에 묻은 아픔을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함에도 허술한 방역체계와 되풀이되는 정책 실패로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뾰족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수수방관한 채 하루 종일 수억원의 소독약만 길바닥에 쏟아부으면서 그저 백신접종 여부와 철새 탓만 할 뿐이다. 이러한 가축전염병은 2년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지만 매번 대응방안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살처분 △사람 및 차량이동 통제 △소독강화 등 전근대적인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일을 반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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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발생했던 구제역은 주로 겨울이나 봄에 발생해 여름이 되기 전에 끝났다. AI도 정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겨울 철새들은 4개월 전인 지난 3~4월 대부분 북상했고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아직까지도 발생하고 있어 기존 방역체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닌지 구제역과 AI가 국내에 토착화한 질병이 아닌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원인규명이 필요하다.

이러한 악성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산백신 개발이 시급하다. 구제역의 경우 한해 500억원에 달하는 백신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축산여건에 맞는 백신개발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방역 전담조직을 신설하여 방역인력을 지금보다 더 증원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내 방역 전담인력은 4명에 불과하며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의 방역조직 인력은 약 4분의1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 일본·영국·독일·프랑스 등은 중앙부처 내 국 단위에서 방역업무를 총괄하여 신속하고 강력한 방역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방역 전담조직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지방공무원 역시 방역에 대한 전문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방역 업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면 단위 상시방역 행정체계를 확립하는 차원에서 일일 점검표를 만들어 이장·반장을 통해 2∼3일에 한 번 확인하는 상시예찰제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초기에 철저한 차단방역으로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휴가철인데다 한 달여 뒤면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기 때문에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확산을 빨리 잠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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