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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 "피살" 悲報에 삽시간에 울음바다
입력2007.07.26 01:13:09
수정
2007.07.26 01:13:09
■ 피랍자 가족·샘물교회 표정<br>"석방" 환호성 수분만에 말문 막힌채 충격 빠져<br>엇갈린 외신보도에 밤새 천당 지옥 오가기도<br>탈레반측 추가살해 경고 소식에 뜬눈으로 밤새
| 25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 인질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피랍자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있던 한 피랍자 가족이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오열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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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무장세력에 피랍된 한국인 23명의 가족들은 25일 밤 8명이 석방됐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이어 한국인 남자 한명이 살해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 모여있던 가족들은 협상이 타결돼 피랍 한국인 8명이 곧 석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면서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았지만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탈레반이 한국인 한명을 총살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석방소식에 뒤이은 비보에 가족들은 말문이 막힌 채 혼란에 휩싸였고 재단 관계자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뒤이어 탈레반측이 추가 살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족들은 끊임없이 전해지는 각종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해했다. 이들은 TV 앞에 모여 앉아 뉴스를 보면서 애를 태웠다. 때때로 휴대전화로 여기저기에 연락을 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석방자 및 살해자의 명단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랍자 가족들 사이에서는 일말의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했다. 가족들은 탈레반 대변인이 앞서 독일 인질 살해와 관련해서도 거짓 발표를 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한국인 인질 살해 발표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제발 자신의 가족만은 살해되지 않고 석방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살해 여부에 대한 정부의 공식 확인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눈치였다.
다른 외신에서는 아프간 당국자가 한국인 인질 1명이 병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하면서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거나 나이가 많은 피랍자들의 가족들의 근심도 커졌다. 앞서 일부 피랍자의 건강 상태가 우려된다는 보도가 나왔던 가운데 실제 피랍자 중 유모씨가 지난 2005년 갑상선암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걱정을 샀다.
한편 탈레반 대변인이 한국인 인질 석방에 관한 마지막 협상 시한을 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으로 제시하면서 가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샐 각오를 했다. 특히 마지막 협상 시한까지 탈레반 죄수들을 석방할 준비가 되지 않을 경우 나머지 인질들을 살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재차 나오면서 가족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날 하루종일 피랍자 가족들은 ‘인질 맞교환’과 ‘살해위협’ 소식이 번갈아 전해지면서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마음을 졸여야만 했다.
전날 탈레반측이 제시한 협상시한인 오후 11시30분이 다가오면서 피랍자 가족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지만,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표정이 점차 밝아졌다. 탈레반측이 한국인 피랍자와 탈레반 포로 8명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는 소식에는 안도의 한숨과 전원석방이 아니라는데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기도 했다.
또 오후들어 다시 살해위협 소식과 탈레반과 한국 및 아프간 정부간 인질석방 협상이 실패했다는 뉴스가 잇따라 들어오자 침통한 분위기로 바뀌었다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측에 거액을 넘기고 탈레반 포로와 한국인 피랍자 8명이 교환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어 정부가 8명 인질이 석방됐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한숨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뒤이은 인질 살해 소식으로 피랍자 가족들은 또다시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추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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