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그룹은 전통적으로 신시장 개척에 탁월한 이른바 '블루오션(Blue Ocean)' 기업이었다. 건설업으로 출발한 현대는 자동차, 중공업, 조선업 등 당시로서는 섣불리 시작하기 힘든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리더 정주영 회장의 전략적 판단과 결단력이 워낙 확고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그 결정에 따라 과감한 추진력을 발휘하면 그만이었다. 이에 비하면 이병철 회장의 삼성은 오히려 레드오션(Red Ocean) 기업에 가까웠다. 방직, 식품, 가전과 같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거세니 관리력이 우수해야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이병철 회장은 '개인사업부' 제도를 발판으로 책임 경영까지 도입해 스스로 미래 환경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주인 입장에 서도록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물론 두 그룹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에서 퇴사한 이후 삼성맨들과 현대맨들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삼성 출신 임원들은 퇴사후 다양한 기업으로 진출해 놀라운 활약을 펼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이 책임을 지고 스스로 의사 결정하는 과정을 중시한 삼성의 강점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인생은 쉴새 없는 선택의 연속이며 올바른 선택에 의해서 인생의 성공이 결정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명한 선택이란 게 쉽지 않다. 고민의 순간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려면 평소 체계적인 의사결정 습관을 익혀야 한다. 저자는 선택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timing) 즉 '시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른바 '1:10:100' 원칙을 들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남보다 앞서 선택하라고 충고한다. 처음에 올바르게 결정하면 1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잘못하면 10배의 손해를 본다. 내부에서 문제를 발견해 처리하면 10배 손실 정도로 막을 수 있지만 만일 외부에 그 문제가 노출되면 100배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성균관대 시스템경영학부 교수인 저자는 탄탄한 학문적 토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소개하며 흥미로운 책 읽기 여정으로 이끈다. 뭔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어느 장에서 적어도 하나 이상의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