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는 지방정부에 대한 자금지원 시스템을 세부항목별로 일일이 따져 지원하는 현행 방식에서 지방정부가 요청한 금액을 심사해 일괄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지방의 자율권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거나 자체 세수실적이 우수한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지원 확대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등이 주장하고 있는 일부 지방세의 이전에 대해서는 수도권집중현상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25일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현재는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정에 대해 중앙정부가 부족분을 일일히 심사해 지원하고 있으나 이는 지방정부가 특성에 맞는 예산집행을 하는 것을 제약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앞으로는 세목을 일일이 따지지 않고 부족분을 일괄지원해 지방정부가 필요한 부문에 투자하도록 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전체예산의 56%가 지방정부사업에 투입되는 등 지방정부가 중앙보다 많은 자금을 사용하면서도 중앙정부가 용도를 지정하는 탓에 지방 사업을 중앙정부의 보조사업으로 인식해 책임행정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방의 예산편성과 자율권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자체 수입을 늘려 지방재정을 건실화하는 지방정부에 대해서는 사업 배정시 우선순위 부여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현행 구조에서는 지방정부가 자체 세수를 증대시켜도 재정 차원의 인센티브가 하나도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지방재정 운영에도 경영원리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늦어도 올 연말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업무조정을 포함한 지방재정 효율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또 행자부가 지방재정의 확충을 위해 지방관련세목을 이양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방세를 지방정부로 이양할 경우 수도권집중현상을 더욱 가속화시켜 국토의 균형발전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밝히고 “다만 교통세를 다른 지방세와 교환하는 방안은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밖에 세금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국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지만, 지방정부 의회에도 세목(稅目)을 신설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밝혔다. 예를 들어 관광지가 많은 지방은 성수기때 도세(道稅)를 징수해 쓰레기처리 등 환경보호목적으로 활용하고, 남은 예산은 비수기때 관광유치사업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