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땅콩 회항' 파장이 반기업 정서로 이어져선 안 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의 파장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의 기수를 돌리게 한 뒤 서비스 책임자인 사무장을 내리도록 한 '월권' 행위가 드러나면서 조 전 부사장은 물론이고 대한항공까지 국내외 여론으로부터 호된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 흐름은 개별 사건으로만 그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낳게 한다. 대중의 분노가 처음에는 조 전 부사장 개인에게 집중됐지만 이제 대한항공을 넘어 한국 재벌가들에 대한 분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탈행위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면서 기업 오너만 챙기면 된다는 그릇된 기업 인식과 소위 황제경영이 낳은 폐해라는 식의 비난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화의 오류'일 뿐이다. 소위 갑과 을의 관계는 대기업 총수 일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강남 모 아파트 경비원 자살사건을 비롯해 고객의 식당 종업원에 대한 반말, 택배기사 무시, 심지어 권력관계를 이용한 대학 교수의 제자 성희롱 등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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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사장이 기업 총수의 딸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동이 반(反)기업 정서를 자초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특정 사안을 확대 해석해 사건이 있을 때마다 대기업 전체나 오너가를 공격하는 것은 합리적 태도가 아니다. 조 전 부사장에 관해서는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고 검찰도 수사 중이니 잘못이 있으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질 것이다.

대기업 오너 2, 3세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재계가 합심해 반기업·반재벌 정서를 해소하려 애써도 이런 사건 하나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백번 잘하다가 한번 잘못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기억되는 것은 한번 잘못한 일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시기다. 이번 사건으로 자칫 기업인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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