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를 가로막던 걸림돌이 제거됐다”ˆ지난 6월26일 정부가 `벤처기업 M&A활성화방안`을 내놓자 구조조정회사와 벤처캐피탈 등 관련업계가 크게 들썩였다. 업계의 숙원과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벤처업계 구조조정`이란 큰 정책목표를 위해 과감히 관련규제를 풀었다.
M&A의 물꼬를 터 하반기 벤처업계에 M&A 바람이 몰아치도록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특히 소규모합병이 쉬워질 코스닥시장은 지난 2001년에 이어 또다시 우회등록 또는 A&D가 급증할 전망이다. M&A로 활로를 뚫으려는 벤처캐피탈과 고수익을 노리는 구조조정회사가 앞다퉈 기업 짝짓기를 양산해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주식시장에서 단기차익을 노린 머니게임도 급증할 것이란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또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M&A선진국인 미국 수준으로 관련제도와 인식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황상운 코아구조조정 상무는 “ M&A 규제완화의 1단계일 뿐”이라며 “더욱 제도를 정비해야 M&A가 확실히 자리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Dㆍ우회등록 봇물 예고=돈은 고수익을 좇기 마련이다. 지난 2001년 주식시장에서 테마를 이뤄 시세를 분출했던 종목군들이 바로 A&D. A&D란 다른 기업이나 일부 영업권을 사들여 인수회사의 기업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이번 활성화방안에 따라 소규모 합병요건 완화가 확정되자 A&D 무대가 될 코스닥시장이 먼저 꿈틀거리고 있다.
주식시장 특성상 이 같은 A&D는 해당종목 주가의 단기상승을 가져오게 된다. 당연히 시중 부동자금이 고수익을 안겨주는 코스닥 A&D투자로 몰릴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구조조정회사에게 사모M&A펀드 결성ㆍ운영을 허용해준 점은 바로 이 같은 자금유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코스닥시장 주변에서 활발한 M&A움직임이 감지된다”며 “최대 100~200여개의 코스닥 저가주들이 소규모합병요건을 이용해 실제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벤처기업 구조조정 가속화=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는 “신규 벤처투자만 해야 했던 창업투자회사들이 구주도 살 수 있고 투자기업의 경영권도 지배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창투사가 주도하는 벤처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벤처캐캐피탈업계는 그동안 부실 벤처투자로 몸살을 앓아왔지만 이렇다할 구조조정 수단이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벤처캐피탈이 지분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동시에 경영권을 행사해 강도높은 `솎아내기`를 할 전망이다.
◇M&A제도 더 고쳐야=M&A업계 일각에서는 인수합병 규제를 차제에 더 풀어야 한다고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M&A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인력양성, 중개회사 육성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향후 손 봐야할 관련규정으로
▲출자전환으로 주식취득시 법인세 부과 면제
▲소규모합병기준 5%에서 10%로 상향
▲적대적M&A 요건 완화
▲대기업의 벤처투자ㆍM&A 를 위해 출자총액제한규정 개선 등을 꼽고 있다. 권오용 KTB네트워크 상무는 “벤처기업끼리의 시너지효과는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의 출자총액제한을 풀어 대기업이나 대기업계열 창투사들이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M&A 1세대인 제갈정웅 대림I&S 부회장은 “미국은 60년대 적대적M&A가 활발해져 방만한 경영을 막고 고성장을 이뤘다”며 “지분 5% 공시룰 등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는 규정들을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