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수사의 실무 사령탑인 이인규 서울지검 형사9부장은 14일 복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서영제 신임 서울지검장이 `경제발전과 국제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검찰권 행사`를 강조하며 재벌수사 유보를 시사한데다 SK 분식회계 발표 이후 시장의 충격이 예상보다 큰데 따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말 중간간부(재경지청장부터 부부장검사) 인사에서 이 부장과 직속 상관인 박영수 2차장의 거취에 쏠리는 검찰 안팎의 시선도 부담스러운 듯 했다.
서울지검 7층의 형사9부장실에 들렀을 때 그는 이날 일제히 주총을 연 SK그룹 계열사들의 주가흐름을 수사 이후 그랬던 것처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언론에 미리 내용이 나오기도 했는데 분식회계 발표의 충격이 생각보다 컸다”고 말한 이 부장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검사 생활하며 이렇게 피의자를 걱정해보기는 처음”이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가 살아있는 기업(상장사)에 대한 단죄를 통해 당장은 경제에 부담이 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약이 될 것`이라는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이 부장이 “SK그룹측도 `엄청난 분식회계(1조5,587억원) 규모를 숨길 수 없으며 1~2년이면 밝혀질 것`이라며 관계자들이 수사과정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을 드러냈다”고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 분식이라는 `뇌관`은 어차피 터질 수 밖에 없었으며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을 크게 앞당긴 것을 평가해달란 뜻으로 해석된다.
이 부장은 특히 서영제 지검장이 `참여검찰`을 표방하며 재벌수사 유보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전날에 이어 “말씀을 직접 못 들어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이종찬 전 서울고검장의 예를 들어 미묘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이 변호사가 지난 98년께 일본에 갔을 때 동경지검 특수부장에게 “수사하면 경제에 영향이 많이 가는데 어떻게 조화시키냐`고 묻자 `검사가 뭘 고려하나, 범죄 있으면 수사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외압설과 관련, 이 부장은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외압으로 수가 톤다운 됐다는 보도가 있다”며 “일부 언론에는 정정보도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