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사고현장에 있는 구조팀에 따르면 이날 새벽 구명벌 4개가 사고 해역에 떠올랐다. 3~5m 수심으로 내려가면 저절로 안전장치가 풀려 그 즉시 수면 위로 떠올랐어야 할 구명벌이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곳이 최소 30~40m 수심인 상황을 감안하면 구명벌이 불량품이었거나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던 다른 요인이 있었던 것이다.
배가 침몰할 때 탑승객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구조장비인 구명벌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단 2개만 바다에 내려졌다. 구명벌은 배가 침몰하면 일정 수압에 의해 자동 팽창되는 튜브식 구조장비로 상자의 잠금장치를 풀어 수동으로 펼 수도 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사고 당시 배에서 빠져나가기 바빠 구명벌의 잠금장치를 풀지 않았다. 승객 구조에 나선 해경 대원이 구명벌 가운데 2개를 바다로 떨어뜨렸지만 그나마도 1개는 펼쳐지지 않았다.
세월호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은 구명벌은 모두 44개다. 사고 당시 바다에 투하된 2개를 제외하면 42개가 물속에 있는 셈이다.
구명벌은 입구를 닫아 해수 유입을 막으면 수일간 바다 위에서 버틸 수 있다. 일정한 내구연한이 없고 정기 점검과정에서 이상이 있는 것만 교체하도록 돼 있다. 세월호 구명벌은 일본에서 첫 취항할 때인 1994년에 제작된 것이 태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물위로 떠오른 구명벌의 제조연도도 1994년이었다.
구조팀은 물에 가라앉은 구명벌의 수압분리계가 작동해 자동으로 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선급은 앞서 지난 2월 세월호 안전점검에서 모두 '정상' 판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