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달갑지 않은 사상최대 경상 흑자

7월 61억달러 기록했지만<br>수출·수입 줄어든 불황형<br>내수·생산 침체 부를수도


거시경제 지표 가운데 '사상 최대'라는 타이틀을 달면서도 이렇게 우울함을 맞본 일은 극히 드물었던 듯하다.

지난 7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는데 수출 급감에 따른 '불황형 흑자'가 더욱 심해진 데 따른 것이어서 흑자가 오히려 독이 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12년 7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전월보다 2억2,000만달러(4%) 늘어난 61억달러의 흑자를 나타냈다. 전월 58억8,000만달러에 이어 2개월 연속 사상 최대 흑자를 갈아치운 셈이다. 또 지난 1월 9억7,000만달러 적자 이후 6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경상흑자 확대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수입이 급격히 줄어 흑자가 늘어난 결과이므로 '불황형 흑자'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상품 수입은 지난 6월 417억5,000만달러에서 7월 412억7,000만달러로 1.1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수출은 468억달러에서 465억8,000만달러로 0.47% 줄어드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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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감소는 결국 내수와 생산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수입 부품으로 최종재를 생산해 판매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앞으로 수출도 부진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해 경상흑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 현상이 지난달보다 더욱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재 가운데 눈여겨봐야 할 수송장비의 수입 감소폭이 16.6%에 이른다는 사실은 기업의 투자 의욕이 약화됐다는 점을 나타낸다"면서 "경기둔화에 따라 수입이 줄어든 것이므로 불황형 흑자가 심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종목별 수입을 보면 원자재는 지난해 7월보다 6.3% 줄었다. 특히 철강재와 비철금속은 각각 19%를 웃도는 감소세를 보였다. 자본재에서는 수송장비와 정보통신기기가 각각 16.6%와 14.3% 줄었다.

하지만 한은은 불황형 흑자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의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했고 수출입 물량 자체가 줄어들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무역이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재룡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불황형 흑자에 대해 "물량 기준으로 수출입이 모두 증가한 것을 함께 봐야 한다"며 "선박을 제외한 올 7월 수출은 물량 기준으로는 2%, 수입은 3% 늘어났다"고 말했다.

7월 상품수지와 마찬가지로 서비스수지의 흑자 규모도 6월 1억7,000만달러에서 7월 5억8,0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이 중 지적재산권 사용료는 같은 기간 적자 폭을 5억달러에서 2억1,000만달러로 줄였다. 반면 여행수지의 적자 규모는 4억3,000만달러에서 6억4,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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