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실채권시장 급속 위축

더구나 올해 말부터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미래상환능력기준(FLC)으로 바뀌면서 현재 「정상」으로 분류된 상당수의 기업여신이 「부실여신」으로 재분류될 전망이다.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따라 계열사에 대한 부실채권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제일은행의 부실채권까지 매물로 나오게 됨으로써 부실채권 시장이 물량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겨우 태동단계였던 부실채권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 부실채권 처리를 통해 시장의 「나쁜 피」를 걸러내고 공적자금 투입분을 회수하려던 정부의 구조조정 방침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진다. ◇외국인 투자가 관망세=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사태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로 부실채권 시장에 쏟아져나올 대기물량이 급증함에 따라 그동안 호황을 누리던 국내 부실채권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시로 국내 부실채권을 사들이며 장세를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가들이 대우 관련 부실채권이 얼마나 쏟아져나올지 가늠하며 관망세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은 『높은 값을 쳐줄테니 부실채권을 정부 산하기관인 성업공사에 넘기지 말고 우리에게 팔라』며 시중은행들과 협상을 하고 다녔으나 대우사태 이후에는 활동을 중단했다. 이들이 가격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관망세에 돌입함에 따라 잇따른 성업공사 공매를 통해 조성돼온 부실채권 시장이 소강국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쏟아지는 물량=금융감독위원회는 새로운 자산건전성 기준을 적용할 경우 금융기관들이 올해 말까지 대우채권을 포함, 총 25조원의 부실채권을 추가로 발생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성업공사도 연말까지 10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국내외 투자가들에게 매각한다는 방침. 제일은행에 이어 서울은행에도 4조5,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부실채권 상당액이 정부로 떠넘겨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시장의 물량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가격은 큰폭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업공사는 최근 국제입찰을 통해 지난해 12%(채권액 기준) 선이었던 부실채권 낙찰률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서양의 큰 손」외에도 현대증권이나 동양종금 같은 국내 투자가들이 대거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투자가들이 대우사태 이후 관망세에 돌입함으로써 부실채권을 서둘러 털어야 할 금융기관이나 이를 사들여 투자자에게 파는 성업공사가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가격조정도 힘들 듯=시장의 물량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부실채권 전담기관인 성업공사의 매입률 인상 가능성도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 성업공사는 지난해부터 담보부채권의 경우 원가의 45%, 무담보의 경우 3%의 가격으로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매입해 왔으나 이같은 매입률이 연초 이래 크게 오른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성업공사는 부실채권 가격을 시장 상황에 맞게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 조만간 서울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하면서부터는 당초보다 인상된 매입률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하락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다시 불투명해졌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성업공사가 매입률을 올려주지 못한다면 공적자금 투입 주체인 예금공사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여 매각함으로써 투입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한상복기자SBHAN@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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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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