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거품기때 주식매입과정에서 손실나
터보테크의 장흥순 회장은 29일 "700억원 분식회계에 따른 형사 처벌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겠으며, 채권단을 설득해 가능하면 법정관리나 화의보다는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면서 독자 생존하는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회장은 이날 양재교육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 9월말 현재 예금 담보를 확보한 것을 뺀 은행권의 순수 신용 여신은 214억원이지만, 토지 자산과 투자 유가 증권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채권 보전 문제는 없다"면서 "대표이사직과 개인 주식 등 가진 모든 것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내놓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터보테크는 현재 장부가 16억원인 토지가 시가보다 100억원 이상 싸고, 이전에 투자한 장외 기업 2개사도 내년 초 상장을 앞둬 투자이익으로 100억원 이상이 예상돼 금융기관의 상환 압력만 없다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어 "계열사인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지분을 매각한 대금 127억원으로 화급한 은행 채무는 막았다"며 "향후 1~2개월 내 유가증권 등을 담보로 50억원 가량을 추가 조달하는 한편 내부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터보테크는 이에 따라 휴대폰 및 정보가전사업을 접고, 통신제조사업을 주력사업으로, 공장자동화(FA)부을 미래 사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장 회장은 "향후 연말까지 영업수지가 11억원으로 자체 생존이 가능하다"며 "주력사업에서 5년 내 매출로 500억원이 예상되는 만큼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특히 700억원의 금융자산 과대 계상과 관련 "지난 2000년 회사 유상증자 과정에서 구주를 팔지 않고 대출로 유상 증자를 했다가 이후 주가 폭락으로 부담이 커졌다"고 분식회계 배경을 털어놨다.
또 "IMF 당시 받은 엔젤 투자가 이후 차입으로 바뀌면서 부실이 누적되는 등 경영 판단의 잘못으로 부실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장 회장은 "유상증자 참여와 엔젤 투자 건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전체 700억원 가운데 절반은 넘을 것"이라며 "경영상 판단 착오였으며, 회사를 위하다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장 회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터보테크가 올 상반기에 영업 적자를 기록한 데다 이 정도의 자구책으로는 독자 생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