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4일] 영미연합군 로마 무혈 입성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 등등 로마와 관련된 말이 유독 많은 이유는 그만큼 로마가 인류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사적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 정치체제의 모델이 된 공화정, 성문법의 틀을 마련한 12표법, 그리고 뛰어난 건축술 등이 모두 로마에서 비롯됐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의 배경이 된 콜로세움, 동전을 던져 소원을 비는 트레비 분수, 옛 그리스도교도의 무덤 겸 예배장소였던 카타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 광장, 교황이 머무는 바티칸 등 로마에는 아직도 수많은 유적이 남아 있다. 네로 황제가 로마를 불태웠던 것처럼 2차 세계대전 끝 무렵 로마의 찬란한 유적들이 또다시 소실될 위기를 맞는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고 로마를 점령하고 있던 독일군이 퇴각하면서 유적을 파괴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합군과 독일군은 로마의 유적을 파괴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연합군이 로마 유적을 보호하기 위해 공습을 미루는 대신 패색이 짙던 독일군은 로마에서 자진 철수한다. 1944년 6월4일 연합군은 드디어 로마에 무혈 입성했다. 로마 유적도 파괴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났다. 지금도 로마는 여전히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도시다. 로마처럼 선조가 물려준 유적만으로 잘 먹고 잘사는 나라가 많다. 지난해 전세계 관광객 수는 7억6,000만명. 이들이 뿌린 돈만도 5,0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의 지난해 관광수입은 57억달러로 이의 1%가 조금 넘는 액수다. 수많은 전란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선조의 찬란했던 유물들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게 아쉽다. 이 땅에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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