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TEMPEST)」를 이윤택이 우리 식으로 개작한 뮤지컬 「태풍」은 석달만에 갖는 앵콜공연에서 객석의 열렬한 박수를 이끌어내면서 작품의 레퍼토리화(化) 가능성을 열었다.지난 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는 8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관객의 반응도 좋았다.
최근 수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대형뮤지컬들이 재공연에서 번번이 실패를 봤다는 점에서 「태풍」의 성공예감은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그동안 무대예술의 레퍼토리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여온 연출가 이윤택이 낸 땀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는 공연에 앞서 『이제 우리도 대극장 공연미학의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재공연에 나서게 됐다』면서, 『어떻게든 고정 레퍼토리로 살아남아서 들인 노력만큼 평가받고, 관객에게 사랑받는 대극장 공연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생각』 이라고 이번 공연에서 태풍같은 객석의 반응을 기대하는 소회를 밝혔다.
「태풍」은 동·서 문화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세계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611년 작품인「템페스트」는 수백년간 수백번이나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 올랐지만, 음악극으로 선보인 적은 아직 없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 「태풍」은 셰익스피어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은 셈이다. 제작진은 「태풍」을 들고 셰익스피어의 고향인 영국까지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일본등 가까운 지역부터 해외공연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단계다.
동·서의 융합은 음악에서 여실이 나타났다. 체코 작가 바르타크와 김대성이 공동작업한 음악은 셰익스피어의 영감을 따르면서도 우리나라의 전통 가락이 곳곳에 스며 있다. 여기에 세계화의 활로가 있다. 21세기는 동·서양 융합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대사와 노래 가사들이 자막으로 처리되도록 한 것도 「태풍」의 세계화를 위한 작지만 치밀한 준비라 여겨졌다.
이번 앵콜무대의 특징은 초연 때와 달리 음악을 다소 줄이고 대사를 늘려 연극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의 균형을 꾀했다는 점이다. 극의 이음새를 단단히 동여매주고 관객들이 극 속에 빨려 들어갈수 있게 해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다. 초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대폭적인 개작을 통해 「상품의 질」을 높이려는 제작진의 성의가 객석의 갈채를 받을만하다.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갈등, 비극이 뒤엉켜 펼쳐지는 「템페스트(태풍)」는 희극-비극-희극으로 이어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사에서 대단원을 장식한 희곡으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이 작품을 탈고한 뒤런던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템페스트」의 마지막 대사를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예술에 대한 고별사로 남기고.
이번 무대에선 프로스페로 역을 노련하고 힘있는 대사로 열연한 신구의 연기가 돋보였다. 또 이정화와 남경주가 들려준 미란다와 퍼디넌트의 이중창 「나는 당신을 느껴요」가 감미로웠다. 20일까지, 월·화·수 오후7시30분, 목·금·토 오후3시·7시30분, 일 오후3시·7시, (02)523-0986
문성진기자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