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중견감독의 색깔있는 한국영화 2편이 잇달아 개봉된다. `엽기적인 그녀`로 관객 500만명을 훌쩍 넘기고 할리우드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은 곽재용감독의 `클래식`과 국내서는 이채롭게 제작된 이정국감독의 해양액션물`블루`가 그것. 30일과 2월7일, 한 주차로 선보이는 이 작품들이 설 연휴에 앞서 1주 먼저 개봉해 점유율을 높인 `영웅`(감독 장이모우)과 `캐치 미 이프 유 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이중간첩(감독 김영현)의 관객을 얼마나 잠식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클래식`은 한 인터넷 사이트 조사결과 `가장 기대 되는 한국영화` 1위에 뽑혔다. 제작기간 동안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아 궁금증을 더했던 `블루`는 해군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해군 홍보영화로 흐르지 않는 짜임새 있는 줄거리와 함께 연인원 5,000명이 동원되는 스케일이 선보여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약이 예고된다.■클래식= 코미디와 멜로를 뒤썩은 철저한 상업영화면서도 멜로적 감성과 영화적 유머를 동시에 갖춘 곽재용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마치 우연처럼 다가온 첫사랑이지만 그 “우연이란 것은 결국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명이 주는 선물”인 것처럼 엄마의 일기장 속에서 마법처럼 딸에게 찾아오고 그 만남에 숨겨진 놀랄만한 인연의 전설이 펼쳐진다. 곽재용감독은 순수한 감성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영화의 분위기에 코믹함과 체루성 후반부를 넣어 관객의 감정을 이리저리 흔든다.
`소나기`의 주인공이 고교생이 되었을때와 그리고 먼 훗날 그들이 서로 헤어져 아들 딸을 낳았을 때를 병치시킨다.
연극반 대학선배 상민(조인성)을 마음속으로만 좋아하는 지혜(손예진). 지혜는 상민에게 적극적인 친구 수경의 부탁을 받고 연애편지를 대신 써준다. 감정표현에 소극적인 지혜에게 수경 이름의 편지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인 셈. 하지만 이 편지로 상민과 수경이 커플로 연결되고 지혜는 상민을 멀리하려 한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지혜. 어머니가 여행을 간 사이, 지혜는 다락방 낡은 편지함에서 60년대 엄마의 사랑을 엿보게 된다. 여름방학에 시골에 내려갔던 고교생 준하(조승우)와 주희(손예진)는 사랑에 빠지지만 공화당 의원의 딸인 주희는 준하의 단짝 태수와 집안끼리 정혼한 사이. 준하는 태수를 대신해 연애편지를 써주며 안타까워 하지만 만날사람은 만나게 되는 법. 결국 둘은 태수를 따돌리며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블루= 해양액션영화를 표방하는 블록버스터. 볼거리 못지않게 스토리의 흡인력도 있다. 촬영이나 조명에서 꽤나 신경 쓴 면을 엿볼 수 있는 바닷속 장면이나 실제 해군부대에서 담아낸 화면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편지`에서 이미 멜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던 이정국감독의 감동을 끌어내는 힘도 살아있다. 자연스럽고 유머가 넘치는 연기를 처음 보여주고 있는 신현준의 또다른 모습을 만나는 것도 즐겁다.
세계 최고급의 잠수부대 SSU(Ship Salavage Unit)에 죽마고우 김준(신현준)과 이태현(김영호)이 훈련생으로 나란히 지원을 한다. 냉철한 소유자 태현이 밝히는 지원 이유는 최고의 부대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다. 반면 준이는 세상 둘도 없는 친구 태현이 지원했기 때문이란다.
항상 함께 하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는 두 사람의 눈에 들어온 동기생 강수진(신은경)이 끼어들면서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진다. 육상과 해상에서 10주간의 지옥훈련이 시작되고 이들은 서로 도우며 훈련을 마친다. 어느새 연인사이가 돼 있는 준과 수진. 어느날 준은 우연히 본 태현의 일기에서 그가 수진을 먼저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던 준은 결국 수진과 멀어지기로 결심하고 괴로워하던 수진은 영국유학을 떠난다.
수년후 영국에서 돌아온 수진은 SSU의 훈련대장으로 부임한다. 준의 바람기를 원망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수진과 갑작스런 수진의 복귀에 난감해하는 준. 둘은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며 감정의 앙금을 털어내지 못하고 둘 사이를 모르는 태현은 수진에 대한 사랑을 마음속에서만 키워간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