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약제비 조정' 배경과 전망

보건복지부가 약제비 절감에 손을 걷어붙이고나섰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의약품에 대해 대부분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던 데서 앞으로는 가격 대비 효능이 높은 의약품에 대해서만 상한 가격을 정해 보험 항목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건강보험 진료비 가운데 약제비 비중이 29.2%나 차지하는 등 보험 재정의 과도한 지출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한국제약협회가 "복지부가 보험 재정만 고려하다 보니 제약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제약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새 약가 정책이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 약제비 지출 규모 = 지난해 기준으로 건강보험 총 진료비 24조8천억원 가운데 약제비는 7초2천억원으로 29.2%를 차지한다. 2001년 이후 약제비는 연평균 14%늘어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약제비 점유율이 높다. 건강보험 가입자 가운데 노인비율은 8.3%이나 약제비 사용 비중은 29.2%나 된다. 외국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약제비 비중은 유독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998년-2003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평균 약제비 증가율은 12.7%로 OECD 평균(6.1%)의 2배 이상이다. 보건의료비중 약제비 비율도 28.8%로 OECD 평균인 17.8%보다 훨씬 높다. 국민 1인당 약제비의 경우는 309달러로 OECD 평균(366달러)에 미치지 못하나 국민소득을 감안할 경우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약제비 급증 이유는 = 만성질환자 증가와 함께 고가약 처방이 많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03년 대비 2004년도의 약제비 증가 원인을 분석한 데 따르면 약 사용량 증가(76%), 신약 사용(24%), 고가약 사용(10%) 등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복제약 사용(-5.3%)과 약가 인하(-4.9%)는 약제비 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해 고혈압에 7천405억원, 당뇨병에 3천824억원의 약제비가 드는 등 만성질환자의 약제비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처방 건당 약품 품목수도 3.2-4.2개로 선진국의 1-2개에 비해 많은 편이다. 고가약 처방이 빈번한 것도 약제비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대학병원의 경우 대체 가능한 복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약 처방비율이 56.4%에 달하고 종합병원도 46.5%나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요인 외에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보다는 복제 의약품 개발과 판매 관리에 집중하며 리베이트 제공 등으로 의약품 유통망을 왜곡하고 있는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제약업체의 약값 대비 판매비 및 일반관리비 비중이35%로 제조업 평균인 13.2%를 훨씬 뛰어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 신약 가격 산정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 7개국의 약값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도 약제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약가의 사후관리체계 미흡, 의약품 과도사용에 대한 관리체계 미비, 환자들의 높은 약 의존성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복지부 대책과 허점 = 복지부는 2011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중 약제비 비중을 24%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가 관리를 강화하고 약품의 적정 사용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겠다는방침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허가된 의약품을 대부분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네거티브시스템이 시행돼 왔으나 앞으로만 비용 대비 효능이 높은 의약품만 선별해 보험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시스템이 도입된다. 신약에 대해선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보험 등재 여부와 상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생산이 중단된 의약품의 건강보험 자동 퇴출을 위한 `의약품 품목허가 갱신제'도입이 검토된다. 기존에 보험적용을 받고 있는 2만1천740개 품목 중 생산이 중단된4천705개 품목은 퇴출 대상이다. 오리지널 의약품도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가격을 재조정토록 하고, 건강보험 등재 뒤 당초 예상을 초과해 사용량이 많은 의약품의 경우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간협상을 통해 약가를 재조정토록 했다. 유통 투명화를 위해 리베이트 등 의약품 부조리에 대한 처벌과 행정처분의 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또 경쟁입찰, 전자상거래 등 투명한 방식을 통해 의약품을 저가 구매한 병.의원에 대해선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처방률, 처방건당 의약품 품목수, 고가약 처방비중 등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강화하되 의료기관이 과도한 약 처방을 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보험 급여를 감액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의 과학적 관리, 의약품 약효 재평가 실시 기준 강화, 의약품 물류 선진화 등도 추진된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 대책에는 허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약제비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이 만성질환자 증가에 따른 것인데도 건강 지도 및 복약지도 등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독일의 경우노인, 어린이 등에 대한 DDD(1일 적정 복용량)를 책정, 적정 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에선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사실상 독점적 구매자 위치에 있는 건강보험공단이 강제 결정할 경우 제약사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의 자산가치와 주식 가치가 보험에 등재된 의약품 갯수 등으로 결정되는데 보험공단이 이에 개입하게 되면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시 적용될 기준을 놓고서도 향후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다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사 입장에서 의약품 선택권이 제한되고 환자로서도건강보험에서 제외된 의약품을 자기 부담으로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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