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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보면 너 로코(로맨틱 코미디) 못 해서 안 하는 줄 알겠다'고 지인이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말했는데 그게 엄청 와 닿더라고요. 안 그래도 어두운 멜로를 많이 해서 그런 부분은 좀 소진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더 깊게 가기 전에 밝은 걸 하는 게 좋겠다 싶었어요."
영화 '오늘의 연애'로 첫 주연이자 첫 로맨틱 코미디물에 도전한 배우 문채원(사진)의 말이다. 영화는 뭇 남성들에게 단아한 '여신'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욕도 잘하고 술도 잘 마시는 방송국 기상캐스터 현우(문채원)와 그녀의 18년 지기 친구 준수(이승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변화무쌍하고 생기발랄한 현우를 연기하기 위해 배우는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었다. 막춤을 추고 걸쭉한 욕도 퍼붓고 만취한 채 아무 데나 널브러지기도 한다.
워낙 실감 나는 연기 덕에 많은 이가 '진짜 문채원'을 겹쳐봤겠지만 사실 배우는 극 중 현우와는 좀 다르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변해보자고 다짐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소심하고 소극적인 사람이에요."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현우가 만취한 후 주사를 부리는 장면인데 문채원은 사실 술도 안 먹는다고 한다. "술을 아예 못 마시는 건 아닌데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술자리만 다녀오면 너무 피곤해질 정도였죠. 헌데 어느 날 엄마가 '연기자로서 그런 자리를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겠니'라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술자리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는 신세계였어요. 너무 재밌고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그렇게 본 것들이 이번 연기에도 도움이 됐죠."
연애 스타일은 다른 듯 비슷하다. 시나리오 속 현우가 문채원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까. "떨리는 사랑과 편안한 사랑 중에 고르라면 떨리는 쪽이에요. 모든 연애가 다 같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어떤 사랑은 정말 아팠고 어떤 건 견딜 만 했고, 질량이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배우 역시 현우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의 그 '썸'이라는 연애가 완전히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책임지고 싶지 않고 슬픔에 빠지고 싶지 않고 그러다 보니 혼자 사랑을 키우다 아파하고 정리하고 그러는 거잖아요. 저도 요즘은 그랬어요. 마냥 좋다고 사랑에 빠질 수는 없다고 여겼거든요. 근데 이 영화를 찍고 한 사람의 관객으로 영화를 보다 보니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연애라는 게 기분 좋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게 꼭 결혼까지 이어지지 않아도, 꼭 무슨 결과를 내지 않아도 좋은 것 같아요. 연애라는 것, 용기를 좀 내봐도 되는 거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