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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로 측근 관리인 선임… 자택 매각 등 정상화 팔걷어
1년여만에 졸업·재기 눈앞
강덕수 STX그룹 회장
구조조정 모범사례 꿈꿨지만 고비넘자 채권단서 퇴진 요구
경영권 회복 쉽지않을 듯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법원에 모든 결정 맡기겠다" 가족들 경영권도 모두 포기
그룹 존립 여부 예측 어려워
최근 동양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신청을 둘러싸고 '꼼수' 논란에 휩싸였다. 법정관리의 경우 신청과 동시에 채권과 채무는 즉시 동결되고 DIP(기존 관리인 유지) 제도를 통해 현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라는 선택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부도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방법으로 법정관리 외에 채권단 관리(자율협약 혹은 워크아웃)가 있다.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등은 법정관리에 비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DIP 제도도 없고 채권단의 의지가 기업회생에 크게 작용한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바로 이 길을 선택했다.
현재현(사진) 동양그룹 회장의 선택은 일단 법정관리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미지수다.
◇재기 눈앞 둔 윤석금 회장=지난해 10월4일. 윤 회장은 갓 법정관리가 결정된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인 자리를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 정확히 1년여가 지난 현재 윤 회장은 재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애초 예상했던 회생계획보다 계열사 매각작업이 훨씬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웅진홀딩스는 올해로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것은 윤 회장이 직접 경영일선에 복귀할지 자연스럽게 2세 경영으로 승계될지 여부뿐이다. 윤 회장은 웅진케미칼ㆍ웅진식품의 지분을 자녀인 윤형덕ㆍ윤새봄씨에게 넘긴 상태다. 웅진케미칼의 지분은 8.84%, 웅진식품의 지분은 10.08%다. 윤 회장 일가는 이 지분을 바탕으로 약 493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복귀든, 2세 경영이든 윤 회장 일가의 재기는 시간 문제인 셈이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인을 맡고 있는 신광수 대표가 윤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경영 복귀를 위한 주요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표면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측근을 통해 각종 현안에 접근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 대표는 모든 이가 윤 회장을 떠날 때 마지막까지 남은 윤 회장의 심복"이라며 "경영 복귀가 될 때 경영 현안 인수인계 작업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덕수 회장은 재기불능 상황=강 회장은 평사원 출신으로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인물로 윤 회장과 함께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STX그룹 출범 이래 10여년간 매출은 100배, 임직원은 75배나 성장했다.
STX를 성장시켰던 강 회장의 인수합병(M&A)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탄이 돼 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룹 전체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강 회장은 STX팬오션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산업은행마저 STX팬오션의 인수를 거부하자 STX그룹의 자금줄은 꽁꽁 막혔고 강 회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STX조선해양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한다.
강 회장이 자율협약을 선택한 것은 그룹의 공중 분해를 막기 위해서다. 그는 "(계열사를) 다 팔아서라도 조선해양만큼은 지키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자금 지원과 기업 회생을 전제로 채권단에 보유주식을 모두 맡기고 '백의종군'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강 회장은 기업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며 서로가 윈윈 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때만 해도 강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채권단의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동성 위기의 고비를 넘기자 채권단은 강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강 회장은 "기회를 달라"며 버텼고 노사 양측 모두 채권단에 반발했지만 채권단은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모든 것을 내던진 강 회장의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채권단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을 박탈하지 않기로 했고 STX중공업 대표이사와 의장직은 기존대로 후임자를 물색할 예정이다. 강 회장이 STX엔진 의장직을 유지하더라도 경영권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현 회장의 운명은=현 회장은 법정관리라는 길을 택했다. 최근 기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그는 "(법정관리는) 중소협력사들의 연쇄 부도를 최소화하는 최후의 선택이었다"며 "긴급히 법원에 모든 결정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고 법정관리 신청 배경을 설명했다. 현 회장은 이어 "가족의 모든 경영권 포기가 자동으로 수반됐다"고 말해 법정관리가 받아 들여질 경우 친인척들이 법정관리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법정관리 이후 옛 동양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나설 수 있는 등 현 회장이 윤 회장처럼 간접적으로 동양그룹의 회생을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현 회장의 앞날을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법정관리를 통해 동양그룹이 완전히 와해될지, 소규모라도 명맥이 남을지 예측할 수 없다. 개인 투자자가 4만여명에 달하고 검찰의 조사 가능성도 남아 있어 현 회장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 회장의 운명은 앞으로 이해 관계자와 시장에 달려 있다"며 "그룹의 운명부터 현 회장 개인의 미래 역시 스스로 컨트롤할 상황은 지난 것 같다"고 전했다.